삶이 안겨 준 숙제들을 살포시 껴안으면서 살아야지
산골에 첫서리가 오셨어요!
온 텃밭이 은은한 은빛으로 물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배추랑 무 곁으로 가 봅니다.
서리 내린 모습이 추워 보이기보다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어젯밤 추위를 기꺼이 맞이하고 견뎌낸, 견디고 있는
어떤 당당함이 서려 있는 듯했어요.
아….
배추처럼 무처럼
제 앞에 다가올 시간들을 추운 산골 겨울도,
씩씩하게 받아들이고 또 헤쳐 나가고 싶습니다.
올해는 전보다 첫서리가 늦었어요.
전에는 시월 말쯤에 찾아올 때도 많았거든요.
서리가 내리면 겨울이 성큼 다가오니까요,
어쩌면 오지 않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어요.
이곳은 한겨울이 참 많이 춥거든요.
자연의 흐름 따라 끝내는 맞이하게 되었어요.
서리를 보면 좀 슬플 것도 같았는데,
아니에요.
오히려 뭔가 힘이 솟는 기운이 느껴진답니다.
첫서리 앞에서
단단하게 마음을 여며 봅니다.
자연의 시간과 더불어
삶이 안겨 준 숙제들을 살포시 껴안으면서
오늘도 즐겁게 신나게 힘차게 하루를 열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