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안겨주는 시련쯤이야, 기꺼이 받아들여야지
올 때가 되기는 했지만
(예보를 놓친 탓인지)
간밤 눈앞에 흩날리는 하얀 송이들이
조금은 비현실 같았다.
아침에 바깥을 보니
어젯밤 풍경이 꿈은 아니었구나.
그래, 드디어 올해 첫눈이!
텅 비어 황량하던 밭이
하얀 눈으로 뒤덮여
다사로워진 듯도 하고.
몇 포기 남겨둔 배추가
‘날 좀 보소~♬’ 하는 것 같아
기꺼이 응답을.
거의 날마다 옆지기 농부님이
벌레님들 다른 자리로 옮겨주며
정성을 다했으나
속이 덜 차서 끝내
김장 주인공은 되지 못한
텃밭 배추들.
살살 녹아내리는 눈 사이로
푸릇한 때깔이 고맙게 어여쁘다.
겨울철 산골짜기는
너무 많이 춥고
바라보지 않을 수 없는
메마른 산과 들판의 풍광이
고적함을 넘치도록 차오르게 한다.
봄, 여름, 가을…
다른 철보다 유독
이 계절이 어렵기만 하다.
그래서 배추를 심는 것도 같다.
찬바람에 마음속까지 덩달아
시리고 추울 때
밭에서 거둔 배춧잎들
뽀드득뽀드득 씻는 순간
단단하고 싱싱한 그 이파리들
송송 채 썰어 팔팔 끓이는 시간
구수하고 담백한 배춧국 한 사발
뜨끈히 입에 들이켤 때
그때야 비로소 충만한 기운으로
겨울님에게 감사하게 된다.
하루에 몇 번을 먹어도 좋은
배춧국을 선사해 주신 것만으로도.
그러니 겨울이 안겨주는
시련쯤이야, 기꺼이 받아들여야지.
그러다 보면 어느새 봄이
저만치 와 있을 테니까.
첫눈과 배추가
겨울맞이 심신단련
알차게 시켜주누나~
아, 오늘 밤 하늘이
무척이나 맑고도 밝다.
어제가 보름이라 그럴 터인데
왠지 눈 덕분에 더
투명해진 것도 같으니
겨울과 함께 하늘도 땅도
그저 모두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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