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정신(?)을 본받고 싶은 촉촉한 가을밤에
10월 말께 심어
11월 초 왕겨를 덮어 준 마늘.
무심코 바라본 마늘 밭에
누르스름한 왕겨 위로 언뜻언뜻
푸릇한 빛깔이 보인다.
드디어 마늘 싹이 올라왔다!
삐죽삐죽 돋아난 마늘 싹.
어떤 건 조금 길쭉하고
또 어느 건 이제 막 땅을 박차고
올라오려고 기를 쓰고 있다.
또 다른 자리에선
아직 싹이 보이지 않고.
콩 심은 데 콩 나듯
마늘쪽 심은 데 마늘 싹 나는 건
참으로 자연스러운 일이건만
볼 때마다 와 이리 신기한지!
마늘은 강한 내음을 빼면
백 가지나 이로움이 있다 하여
‘일해백리(一害百利)’라 부른다 한다.
<식물도감-세밀화로 그린 보리 큰도감>(보리출판사)에서는
마늘이 몸에 어떻게 좋은지 요로코롬 쉬운 말로 풀어썼다.
‘마늘은 아주 옛날부터 약으로 써왔다. 지치고 힘든 몸을 되돌려 힘이 나게 하고, 피가 잘 돌게 하고, 여러 나쁜 병균들을 없애는 힘이 세고 몸속에 사는 기생충을 없앤다. 요즘에는 암을 막는 힘이 세다고 알려졌다.’
‘다음(www.daum.net)’ 백과사전은 열 가지나 되도록
마늘 효능을 세세하게 알려 준다.
*효능
1. 강력한 살균 및 항균 작용
2. 체력증강, 강장효과 및 피로회복
3. 정력증강, 동맥경화 개선, 신체노화 억제,
4. 고혈압 개선 작용
5. 당뇨 개선 작용
6. 항암작용
7. 아토피성 피부염의 알레르기 억제 작용
8. 정장 및 소화촉진 작용
9. 해독작용
10. 신경안정 및 진정 작용
올여름 마늘수확이 참으로, 대단히
적기만 해서 어쩔 수 없이
먹는 마늘도 죽 사야 했고,
심는 마늘도 사야만 했는데.
마늘 싹 만난 흥분(?)에 젖어
마늘 이야기 이모저모 살피다 보니
가을에 심어 이듬해 초여름에 거두니까,
마늘농사 하나만 잘 지어도
두 해에 걸쳐 뭔가 상당히 보람찬 나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 나는 마늘을 좋아하니까! ^^
해마다 짓는 마늘농사.
왜 그런지 자신이 없어서
(실제로 잘 안 될 때가 많기도 했고)
한 접도 채 안 되는 마늘을 땅에 심곤 했다.
이번 마늘농사 제아무리 잘돼도
우리 부부 일 년 먹을 마늘 양에는
엄청 못 미치겠지만,
이것만이라도 잘 길러서
마늘쫑부터 시작될 2019년에 다가올
행복한 마늘밥상을 꿈꾸어 본다.
그리고 또….
땅 밑에서 시린 겨울
어떡하든 견디고 이겨내며
제 안에 귀한 기운 차곡차곡
만들어 가는 마늘 정신(?)을
이 겨울 차곡차곡 본받고 싶다는 마음도
여지없이 일렁이는구나.
2018년 첫 마늘 싹을 만난
촉촉한 어느 가을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