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생채랑은 또 다른 맛, 새로운 밑반찬 탄생!
국물 없이 항아리에 남아 있던 동치미 무를 싹 꺼냈다. 주먹만 하게 작은 것들이 열몇 개쯤 되려나. 동치미 국물이 없으니 왠지 초라하게 느껴지는 작고 누런 무들. 어떻게 먹어야 안 버리고 잘 먹을까, 아주 잠깐 생각한 끝에 간단히 가기로 했다.
잘게 채 썰기부터 시작. 나보다 훨씬 손끝이 야문 옆지기가 척척 칼질을 하는데, 오메 오메~ 못생긴 무가 맛깔스러운 자태로 탈바꿈하는구나. 채 썬 무 한 가닥 두 가닥 집어먹으니 담백하면서도 짭조름한 게 아주 그만이다. 물에 잠겼을 때랑은 또 다른 맛!
이대로도 맛깔스럽지만 뭔가 양념을 하고 싶다. 고춧가루, 참깨, 참기름 넣고 설렁설렁 무친 결과~ 오호, 담백함과 매콤함과 고소함이 어우러진 색다른 밑반찬 탄생! 국물 없는 무생채, 아니 묵은 생채라고 이름하면 되려나? 아님 싱건지가 요런 걸 말하나?
반찬으로 만들었건만 밥보다 막걸리가 더 당기는 맛. 옆지기는 소주 안주로도 그만이라며 감탄이 쏟아진다. 동치미 무한테 이런 힘이 있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네. 동치미 무 무침 한 접시를 막걸리랑 소주 안주로 싹쓸이~
항아리에서 꺼낼 땐 ‘저걸 언제, 어떻게 먹나’ 싶더니만 이제는 ‘저거밖에 없어서 어쩌나’ 싶다. 아무래도 다음 동치미 담글 땐 무를 더 많이 넣어야 할까 보다.
새로운 밑반찬 세계를 알게 된 기념으로 막걸리 한 사발만 더 먹어야겠다. 오늘은 술 한잔 더 마셔도 되느니라. 여러 날 끙끙대던 소중한 일 하나 이메일로 슝~ 보낸 날이니깐! 얄짤없이 퇴짜 맞을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수고했어,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