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잇국부터 냉이전까지 향긋한 만찬
마지막이라는 말. 다른 땐 왠지 슬프게 들리는데 봄나물 앞에선 조금 다르다. 뭔가 진하게 애틋하다.
남쪽에서 냉이 소식이 한창일 때(여기도 남쪽이기는 하건만) 이제나저제나 눈에 뵈길 기다렸던 냉이가 어느새 끝물이 되었다. 산골손님 오실 때마다 한 번, 두 번 김매기 하는 마음으로 솎아 주었더니만, 밭에 있는 냉이가 조금씩 줄어들더니 어제 마지막으로 좍 한번 훑은 뒤에 그만 바닥이 나고야 말았다.
향긋하게 톡 쏘는 냉이 향. 흙 내음 잔뜩 묻어나는 쌉쌀하게 그윽한 맛.
냉이는 캘 때도, 데치는 순간도 조물조물 무치거나 된장국 팔팔 끓일 때도 냉이만이 낼 수 있는 그 향기와 맛에 입도 마음도 흠뻑 젖어든다. 작은 것들도 많아서 하나하나 씻으려면 꽤 오래 걸리지만, 곧이어 다가올 향긋한 순간을 그리면서 이젠 아무렇지 않은 듯 그 시간을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자, 마지막 냉이로 무얼 해 볼까.
먼저 냉이전부터. 기름, 밀가루와 얽히고설켜서는 고소하고 그윽하게 씹히는 이 맛. 역시 좋구나, 좋아! 막걸리 한잔 절로 들이키게 되는구나.
냉이전으로 반들반들해진 입에 매콤한 냉이 비빔국수를 넣어 준다. 고추장 기운에 냉이 향은 슬쩍 잦아들었지만 쫄깃쫄깃 씹히는 맛은 여전히 당당하도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어진 마지막 냉이 만찬, 된장과 만난 냉이나물과 냉잇국. 냉이전, 냉이국수 제 아무리 맛나도 역시 냉이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나물과 국이지!
올봄 마지막 냉이니까, 다시 만나려면 일 년을 기다려야 하니까, 여느 때보다 꼭꼭 씹어서 천천히 입에 담는다. 참 아쉬운데, 참으로 아쉽지는 않다. 어차피 더 지나면 뿌리도 잎도 쇠서 먹기 어려운 냉이. 다른 데는 냉이꽃까지 피었던데 아직까지 만날 수 있도록 느리게 느리게 올라와 준 냉이가, 추운 산골 날씨가 오히려 고맙다.
이토록 멋진 맛을 안겨주는 냉이가 정말 고맙고 아름다워서 수줍게 한마디 건넨다.
“냉이야, 사랑해~”
마지막 냉이는 끝났지만 냉이 향처럼 진한 감동은 내 마음에 오래오래 살아 있을 게다. 아마도 내년에 다시 만날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