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 쌉쌀한 지칭개, 쫄깃 담백한 개망초
아직 감자밖에 심은 게 없는 느긋한 산골부부, 이젠 정말 밭을 맬 때가 되었다. 모종 심기엔 좀 이르지만 상추부터 시작해서 이 씨 저 씨 뿌려야 하니까.
본격으로 김매기에 앞서 자칫하다 잡초 신세가 되기 십상인 개망초랑 지칭개를 좌르륵 캔다. 캐는 것도 다듬고 씻는 일도 다 옆지기가 하셨다. 물론 내가 탱자탱자 노느라 그런 건 아니다. 다른 집안일 할 게 있어서(라고 쓰는데 왜 내가 봐도 핑계 같은지, 쩝) 마음 내키는 사람이 알아서 하도록 놔두었을 뿐.
아, 그랬더니만 어찌나 잔뜩 캐 오셨는지. 나도 양심이 있으니 데치고 버무리는 일쯤은 해야 도리지. 쫄깃쫄깃 담백한 개망초나물. 상큼하게 쌉싸름한 지칭개나물. 오랜만이지만 그 맛 참 여전하구나. 이 맛을 만나지 못하고 봄을 보냈으면 정말 아쉬울 뻔했다.
냉이 시대가 끝나고 취와 머위 그리고 두릅과 고사리를 만나기 일보직전, 그 아스라하게 애틋한 빈틈을 알뜰하게 채워 준 개망초랑 지칭개. 다시 만나 반갑고 잠시나마 모른 척해서 미안하다.
너희도 어엿한 봄나물인 것을. 밭매기 전까진 왜 그런지 마음을 덜 쓰게 되는구나. 솔직히, 김매기 할 때 다른 잡초랑 같이 뽑아 버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더러 했더랬지.
다시 마음에 콕 새겨 둘게. 내 몸 구석구석 따스하게 스민, 봄바람 부는 이 밤에도 자꾸만 생각나는, 개망초랑 지칭개 너희 둘이 안겨 준 알뜰하게 쫄깃하고 쌉쌀한 봄의 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