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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골짜기 혜원 Jul 20. 2019

당신과 나의 리틀 포레스트 ‘알아가는책가게’

남원의 작은 독립책방, 지금 만나러 갑니다!

그럴 때가 있습니다. 어떤 공간을 보았을 때 한눈에 반해 버리는 순간. 

남원 어느 자리에 있던 <알아가는책가게>가 그랬습니다. 제 사는 곳에서 삼십 분쯤 걸리는 곳이에요. 아는 언니가 좋은 공간 보여주고 공간지기님도 소개하고 싶다면서 그 자리로 안내했습니다. 한 2년쯤 되었나 보아요. 



아담하게 꾸려진 작은 독립책방. 들어서자마자 어쩌면 그렇게 마음에 쏙 들던지 마구 탄성을 내질렀죠. 그 뒤로 <알아가는책가게>는 남원에 나갈 때면 한번씩 꼭 들르는 우리 부부의 놀이터처럼 되었습니다. 산골손님이 찾아오면 나들이 삼아 꼬박꼬박 그곳으로 모시기도 했고요. 


그럴 때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첫눈에 팍 마음에 와 닿는 순간. 

<알아가는책가게> 공간지기님이 그랬습니다. 첫 만남이 참말 신선했고, 두 번째 만남은 아주 다정했고, 세 번째 만날수록 정말 편안했고. 그렇게 우리는 책방을 징검다리 삼아 천천히 조금씩 서로를 알아 가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아담하게 꾸려진 작은 독립책방. 들어서자마자 어쩌면 그렇게 마음에 쏙 들던지 마구 탄성을 내질렀죠.


어느새 산골혜원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은 <알아가는책가게>에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직접 읽은 뒤에 마음에 다가오는 것들만 내놓는다는 공간지기님 정신도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제 삶에 거름이 될 만한 귀한 책들을 여러 권 만났어요.  


좋아하고 아끼는 곳이면서도 자주 가지는 못했습니다. 한두 달에 한 번, 두어 달에 한 번쯤. 그래도 마음은 늘 든든했죠.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다정한 놀이터가 있으니까요. 언제 만나도 귀촌살이며 책 이야기, 청년들의 삶에 이르기까지 마음속 이야기 막 풀어놓게 되는 공간지기님이 늘 거기에 있을 테니까요. 늘 바라고 또 바랐습니다. 부디 오래오래 그 자리에 있어 주기를….


새로 옮긴 책가게는 영업 시간이 무척 불규칙하다고 해요. 공간지기님이 좀 먼 곳에 있어서 그런 거겠죠.


<알아가는책가게>가 최근에 자리를 옮겼을 때 공간지기님이 미리 귀띔을 해 주었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어요. 도시에서도 책방 일이란 참 힘겨운데 여기서야 더 말해 무엇하겠어요. 그저 책방을 계속 꾸려 간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또 고맙기만 했어요. 


2주에 한 번 토요일에만 문을 연다는데, 그때만 공간지기님을 볼 수 있다는데 주말마다 산골손님들이 날아오시는 덕분에 계속 가 보지를 못했어요. 가야 하는데, 봐야 하는데…. 마음만 굴뚝같았죠.


그러던 어느 날, 남원에 일 보러 간 김에 불쑥 <알아가는책가게> 새 보금자리로 찾아갔답니다. 공간지기님이 없는 줄 알면서도 책방 겉모습이라도 보고 싶어서 발걸음을 했어요. 어느 화가 선생님 작업실을 함께 쓴다고 말은 들었는데, 제가 운이 좋았네요. 그 화가가 있었던 거죠! 안 그랬으면 문이 닫혀 들어가지 못했을 텐데요. 


알아가는책가게의 새 보금자리. 분명 그이는 없는데, 책꽂이 사이사이에서 그 사람의 내음이 풋풋하게 묻어나고 있었죠.


책방은 참으로 작고 아담했어요. 전에 견주면 반에 반도 안 되는 것 같았죠. 이 책꽂이 저 책꽂이를 둘러보는데 어머나, 제 책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가 그대로 꽂혀 있는 겁니다! 좁은 자리로 옮기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책을 줄여야 했을 텐데, 제 책을 남기고 지켜 준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따뜻해서 마음이 뭉클했어요.


참 신기한 건 규모는 엄청 줄었음에도 전과 크게 달라진 느낌이 없는 거예요. 공간지기님의 책 사랑, 삶에 대한 열정들이 이곳저곳에서 그대로 느껴졌답니다. 분명 그이는 없는데, 책꽂이 사이사이에서 그 사람의 내음이 풋풋하게 묻어나고 있었죠.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가 그대로 꽂혀 있네요! 옮기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책을 줄여야 했을 텐데, 제 책을 남기고 지켜 준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따뜻했어요.


언제나처럼 책 몇 권 샀어요. 화가 언니가(맞나? 동생 같기도 하고, 어쨌든!) 대신 돈을 받아 주셨네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속이 참 오락가락합니다.


공간지기님을 아무 때나 만날 수 없다는 현실이 실감 나서,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린 듯 좀 많이 허전하고 시릿했어요. 멀리 있다니까 더 궁금하고 보고 싶기만 했죠. 가까이 있을 때, 자주 볼 수 있을 때 더 잘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그전에는 남원에서만 만났던 그이를 서울에서도 남원에서도, 모르긴 몰라도 아마 장수 산골에서까지 두루 볼 수 있을 테니 오히려 우리 만남의 자리가 더 크고 넓어진 듯했죠. 그리 생각하니 허전함은 슬그머니 흐뭇함으로 바뀌고 있더라고요.


조금씩 ‘알아 가는’ 사이였던 <알아가는책가게> 공간지기님.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지금에서야 진짜로 ‘아는’ 사이가 된 것만 같아요. 어려운 말로 ‘지인(知人)’ 같은 거요.


공간지기님이 직접 쓰고 그리고, 무려 디자인까지 해서 펴낸 책 <일하는 일기>랑 <아빠를 축하하다 그리고 쓰다>.


책 좋아하는 산골혜원한테 참 소중한 자리를 만들어 준 <알아가는책가게> 공간지기님께 한마디 꼭 드리고만 싶네요. 


책방 옮기기 얼마 전에 산골로 찾아와 준 것 새삼스레, 참으로 고맙기만 해요. 그날 함께한 시간마저 없었다면 아마도 새 보금자리에 주저앉아 혼자 울었을지도 몰라요.(울지 않았으니 걱정 말아요.)


산골혜원은 물론이고 아마 공간지기님한테도 ‘리틀 포레스트’ 같은 곳, <알아가는책가게>. 제가 가끔 가서 잘 있나 살펴볼게요. 그림 그리면서 책방을 포근하게 안아 주는 멋진 화가 언니가 또 보고 싶기도 하니까요. 제가 못 가는 시간에도 공간지기님이 애써 지켜 준 제 책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가 어쩌면 책방을 지켜 줄 것도 같으니, 비 오는 아침에 엉뚱한 상상이 즐겁기만 하네요. 


공간지기님이 잘 지내나 궁금해질 때면 당신이 직접 쓰고 그리고, 무려 디자인까지 해서 펴낸 책 <일하는 일기>랑 <아빠를 축하하다 그리고 쓰다>를 열어 볼게요. 그러면 그리움이 좀 달래질 테죠? 


가끔 생각나곤 합니다. <알아가는책가게>의 첫 보금자리 벽면에 붙어 있던 그 글귀. 


세상에는 성공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뭔가를 달성하지도 못했고 남한테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보지도 못한 사람들. 타고난 재능도 없고 그렇다고 용모도 받쳐주지 않고 특별히 뭐 하나 자랑할 거라곤 없는 사람들. 그런데도 인생은 계속되지 않은가
_오쿠다히데오의 소설 <내 인생, 니가 알아?> 중


가끔 생각나곤 합니다. <알아가는책가게> 첫 보금자리의 벽면에 붙어 있던 그 글귀.


이 글귀를 두고 공간지기님은 이런 말을 남겼죠.


“책가게 매니저가 아주 좋아하는 작가 오쿠다히데오의 소설 <내 인생 니가 알아?> 중 작가의 말 말미에 적힌 이 글을 보고 정말 머리에 싱잉볼이 울리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어깨에 올라간 뭔지 모를 큰 부담감을 내려놓으면서도, 새로운 무언가를 해 볼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어준 글이었어요. 내가 좇고 있는 인생의 의미를 내 삶에서 찾을 수 있게 도와준, 그 어떤 순간에도 그저 인생은 계속되는 것이라는, 내 삶의 감각을 일깨워 준 글입니다”


그거 알아요? 공간지기님이 남긴 저 글이 제 삶의 감각을 활짝 일깨워 주었다는 걸. 얼굴 볼 때는 말하지 못했는데 뒤늦게 글자로나마 제 마음을 전해 봅니다. 당신의 감각과 삶이 얼마나 많은 다른 사람들의 삶과 희망을 불러일으켜 주었는지 꼭 말해 주고만 싶어서.  


또….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별건 아니고요. <알아가는책가게>를 그대로 남겨 줘서 진짜 정말 많이 고마워요! 


에, 또, 7월 20일…. 바로 오늘! 공간지기님이 책가게에 오는 날이잖아요. 얼마나 궁금하고 보고만 싶었는데요. 당신과 나의 작은 리틀포레스트, <알아가는책가게>. 지금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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