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골짜기 혜원 Jan 16. 2020

대봉감을 먹을 때면 엄마 생각이 난다

겨울을 맞아 앞집 할머니랑 아랫집 아저씨가 안겨준 대봉감. 


꼭지를 살짝 떼어내고
껍질을 살살 벗겨내어
속살을 삭삭 떠먹으면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속으로 쑥쑥 스며든다.


대봉감을 먹을 때면 엄마 생각이 절로 난다.  


어느 추운 겨울날, 항아리에 고이 모셔 둔 대봉감을 차곡차곡 꺼내시던 엄마. 가난 탓에 칫솔질은 언감생심이었다며, 한창 젊은 나이부터 틀니로 지내셨던 엄마. 대봉감은 울 엄마가 참으로 좋아하던 과일이었다.  



간식거리 귀하던 어린 시절, 육 남매가 자라던 그때. 


달콤한 먹을거리가 생기면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고 나는야 참으로 안간힘을 썼다. 맛있는 간식 많이 먹는 게 정말 크나큰 소원이었던 그때 그 시절. 이상하게 대봉감에는 손이 안 갔다. 다른 과일이었음 냉큼 달려들었을 터인데. 내가 안 먹으면 그만큼 엄마가 더 먹을 수 있으니 그냥 그것으로 좋기도 했더랬지.  


십오 년도 더 전에,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하늘로 떠난 뒤로는 대봉감을 먹은 기억이 거의 없다. 내 손으로 사 먹을 리 만무했고, 누가 쥐어 주는 일 없으니 그럴 수밖에. 


산골에 둥지를 틀면서 다시금 대봉감을 만났다. 우리 집에 감나무는 없으나 마을 분들이 한 봉지 두 봉지 가져다주신 덕분이다. 어릴 때 입맛은 어른이 되어도 여전해서 감은 시원한 창고에 고대로 있기 일쑤였다. 산골 집에 찾아든 손님들한테 내주거나, 숙취 해소에 좋다니 ‘약’으로 여기고 조금은 억지로(?) 입에 밀어 넣던 과일. 


이 겨울 “맛있다, 맛있다!” 감탄을 내지르며 게걸스럽게 대봉감을 쪽쪽 핥아먹는다. 산골살이 덕분인가, 나이가 들어가는 탓일까. 어느 것이든 좋다. 모르던 맛을 알게 되는 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일과 비슷하게 느껴지니까.


대봉감을 먹으며 울 엄마를 떠올릴 수 있는 산골 겨울이 찡하게 좋아서…. 흥겹게 찡한 노래 하나 밤늦게 흥얼거린다. 노래도 감도 참 좋은 겨울밤이로구나!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회초리 치고 돌아앉아 우시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하는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울 엄마가 보고파진다~♪
_나훈아 노래 ‘홍시’에서  


작가의 이전글 7년 동안 한결같이 메주를 쑨 여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