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샘과 더불어 코로나로 애쓰시는 많은 의료진 분들께
어느덧 넉 달 만일까, 병원에 가는 발걸음.
내가 다니는 의료원이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고
대구 환자 분들을 모셔오기도 해서
지난번에는 담당 혈압샘과 전화로 약 처방을 받았다.
(대구에서 오신 환자 분들은 모두 건강하게 퇴원하셨답니다~)
그때 전화 말미에 이런 말씀을 드렸다.
“5월에는 뵈러 갈게요~ 그땐 코로나도 괜찮아지겠죠?”
조금 지친 듯한 혈압샘 목소리가 귓전에 흘렀다.
“그래요, 그땐 그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병원 정문에서 몸 온도 재고 들어가니
세상에나~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다.
농번기라서 적을 거라곤 예상했지만…….
진료를 기다리기 전에 혈압을 쟀다.
헐~ 집에서 잰 것보다 훨 높다.
아이고야~~ 산골에서 워낙 낄 일이 드물던
마스크가 답답해서 그랬을까. ㅠㅜ
낯익은 간호사샘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한마디 건넨다.
“다시 잴까요?”
십 분쯤 가만히 앉아 있다가 다시 쟀건만 여전히 높다.
그래, 오늘은 그냥 마스크 탓으로 돌리자.
오랜만에 만나는 혈압샘.
정말 무척 반가운데 왠지 기운이 없어 보여서
막 반가운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그저 혈압 이야기만 주고받는다.
진료 마치고 일어나면서 내가 대뜸 말을 건넸다.
“저,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그동안 많이 힘드셨죠.
이번에 고생이 많으셨을 거 같았어요.
애써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리 혈압샘, 어찌나 환하게 웃던지.
내 기분도 덩달아 환~하게 밝아졌다.
(혈압도 확 내려가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
마스크를 쓰면 표정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어떤 글에서 본 것도 같았는데
(나는 마스크 쓰고 이야기 나눌 일이
거의 없었기에 잘은 모른다)
마스크 너머로 혈압샘이 환히 웃는 모습은 오롯이 나에게 전해졌다.
그전에 진료실에 들어가면 혈압샘은 늘
“그동안 잘 지냈어요?” 하고 먼저 묻곤 했다.
“어디가 아프세요?”란 말보다
“잘 지냈어요?”란 이 말이
나는 참 좋았다.
(물론, 몇 년째 두 달에 한 번 꼴로
보는 환자니까 이런 인사말도 건넬 수 있는 걸 테지.)
오늘은 처음으로 내가 혈압샘한테 먼저
“잘 지내셨어요?” 하고 물었는데,
나처럼 혈압샘도 그 인사말이 좋으셨을까...
코로나로 애쓰셨던, 여전히 애쓰시는
많은 의료진 분들께
혈압샘한테 드렸던 인사말을
진심을 가득 담아
다시금 전해 드리고만 싶다.
“잘 지내셨어요?
그동안 많이 힘드셨죠.
애써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