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찌루찌루의 파랑새를 알아요~♪”
상추, 쑥갓, 왕고들빼기, 방아잎에
열무김치 넣고 삭삭 버무려 비빔국수를 먹습니다.
아삭아삭 씹히는 이파리에
방아잎과 쑥갓 내음이 어우러져
입안에 향기롭게 퍼지니 감탄이 절로 납니다.
“이건 마치 신선국수 같아!”
향긋한 국수 한 입 호로록,
상큼한 채소 샐러드 쩝쩝쩝.
비빔국수 점심을 말끔히 비우고
텃밭 딸기로 입가심까지 한 뒤.
마음 저 아래에서 어떤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네요.
‘그래! 이런 게 행복이지.
언제나 내 곁에 있던 그것인데,
예전에도 알고 있던 무엇인데.
그동안 대체 난 뭘 찾아 헤맨 거지?’
그래요, 한동안 잊고 지냈나 봐요.
어쩌면 일부러 외면했는지도 몰라요.
자연 속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이 싱그러운 행복의 기운을.
푸르른 텃밭 바라보다
파란 하늘을 쳐다보다
불쑥 노래가 터져 나옵니다.
“파란 나라를 보았니 맑은 강물이 흐르는 파란 나라를 보았니 울타리가 없는 나라~♪”
<파랑새>라는 동화가 있죠.
꿈속에서 찾아 헤매던 파랑새가
바로 곁에 있던 비둘기라는 걸 깨닫는
어린 남매의 이야기.
아~~ 뭔가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신비로운 순간.
파도처럼 밀려오는 충만함을
이기지 못하고, 참으로 오래간만에
(칠팔 개월도 훌쩍 넘었나 봐요)
새소리와 더불어 노래를 합니다.
“난 찌루찌루의 파랑새를 알아요 난 안델센도 알고요, 저 무지개 너머 파란 나라 있나요, 저 파란 하늘 끝에 거기 있나요!♪”
노래 다 부르고 나니 탈탈탈탈 소리가 들리네요.
경운기가 지나가려나 봅니다.
냉큼 집 안으로 들어왔어요.
다들 바쁜 농번기에 베짱이 같은 모습 보이면
부끄럽고도 죄송하니까요.
울타리가 없고 대문마저 두지 않아서
마을 길에서 훤히 보이는 곳이거든요.
(노래랑 분위기를 맞추고 싶어서 요 마당에서 불렀답니다~^^)
오랜만에 기타 만졌다고 손가락이 좀 아파요.
얼마 만에 찾아온 흥인데, 더 치고만 싶은데
조심한다고 꾹 참습니다.
어깨 결림이 천천히 낫고 있는데
혹시라도 무리가 갈까 싶어서요.
대신 전에 적어 둔 글귀를 찾아보았어요.
빨간머리앤이 했던 유명한 말이죠.
“전 행복해지는 진짜 비결을 알아냈어요. 바로 현재를 사는 거예요. 과거에 얽매여 평생을 후회하며 살아가거나 미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최대의 행복을 찾아내는 거죠!”
이걸 손글씨로 적을 때
속으로 빨간머리앤한테 막
뭐라 뭐라 심술부렸더랬어요.
‘현재를 산다는 거, 참 좋은 말이야. 한땐 나도 철없이 그렇게
말하고 다니기도 했지 뭐야, 민망하고 부끄럽게스리.
뒤늦게 조금이나마 알게 됐어. 아무리 찾으려 애써도
지금 이 순간 행복을 주는 무언가가 안개에 가린 듯 보이지 않는 때가 있다는 걸.
삶의 무게가 짓누르는 현재, 그 하루를 산다는 것 자체가 이미 불행인 순간인 거지.
그럴 땐 아무리 좋은 말도 안 들려. 도리어 화가 나기도 해.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고 안 되니까 못 하는 거거든! 하면서.
근데도 왜 네가 한 말을 열심히 끄적이고 있냐고?
현재를 살면서, 지금 이 순간 최대의 행복을 찾아가기.
여전히 그 말을 믿으니까, 실은 꼭 그렇게 살고 싶으니까.
이렇게라도 적어 놓지 않으면 잊어버리거나 아예
놓아 버릴까 봐 겁이 나서...
나중에 이 글을 다시 볼 땐 적어 놓길 참 잘했다고,
빨간머리앤한테 고맙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
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두어 달 전 작은 공책에 꾸역꾸역 썼던 글귀를 보고 또 봅니다.
이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적어 놓길 정말 잘했다고, 빨간머리앤한테도 참 고맙다고요.
파란 하늘 아래 더불어 사는
아는 인연, 모르는 인연들 모두가
‘지금이 행복한 것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하루’를
같이 느끼고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파란 나라’ 노래를 마저 불러 봅니다.
“아무리 봐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
누구나 한번 가 보고 싶어서 생각만 하는 나라~
우리가 한번 해 봐요
온 세상 모두 손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