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내 얼굴 맨 처음부터 못생긴 걸 어떡해~♪”
오롯이 나만을 위한
산골 미용실을 열었다.
어느덧 푹푹 찌는 여름 날씨.
덥수룩한 머리가 답답도 하지만
슬슬 산골 겨울잠에서 깨어나
사람들 만날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제 머리 깎는 산골 미용사 노릇을 하면서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어쩔 수 없이 보고 또 본다.
에효, 퉁퉁하게 붓고 못생겼다.ㅠㅜ
산골은 겨울도 봄도
코로나와 상관없이 흘렀건만
어쩌다 ‘적찐자(적당히 찐 자)’가 되었나 보다.
무기력하다고 안 움직이고
어깨, 허리 아프다고 가만있고,
인과응보이지 별수 있나.
거울 밑에 머리카락이 수북하다.
마음의 군더더기라도 덜어낸 듯
뭔가 홀가분하다.
때마다 어김없이 잘림을 당하면서도
자라고 또 자라는 머리카락.
어쩌면 번뇌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삶은 고통의 바다라고 했거늘,
마음속에 괴로움 없기를
내 어찌 바랄 수 있으리.
머리카락 길어지는 걸
내 힘으로는 막을 수 없듯이.
답답한 머리카락을 자르는 건
스스로 하든 남에게 맡기든
어찌어찌 될 수는 있으나,
너무 커져 버린 번뇌를
적절한 순간에 끊어내는 용기와 지혜는
언제나 어렵다는 게
좀 다르다면 다를까.
조금 전까지 내 몸과 함께였던
검은 머리카락 뭉치를 퇴비장에 붓는다.
내 몸을 떠났으나 땅으로 돌아가
다른 생명을 살리는 몫을 할 테지.
미용 기구들도 마저 정리한다.
싹둑싹둑 매끄럽게 잘 드는 가위,
머리카락 잘 흘러내리는 미용 보자기.
소중한 두 인연이 따로따로 안겨 준
이것들 덕분에, 어리바리 산골 미용실이
그럭저럭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평생 꾸려 갈 수 있을 듯하다.
덕분에 두 분께도 평생 고마움을
느끼며 살아갈 테지.
머리카락 범벅이 된 몸을
말끔히 씻고서 다시 거울을 본다.
음... 생각보다 잘 나왔네.
어라? 얼굴빛도 아까보다 많이 밝아졌어.
오늘따라 마음에 차고 들어오던
‘어떤 번뇌’도 머리카락 따라
조금은 사라졌으려나.
거울 보며 가위질하다가
땀 삐질삐질 솟는 얼굴이
왠지 서글퍼지면서 떠오른 노래 하나.
산골 미용실 정리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가뿐한 마음으로
소리 내서 불러 본다.
“열 사람 중에서 아홉 사람이 내 모습을 보더니 손가락질해 그놈의 손가락질받기 싫지만 위선은 싫다 거짓은 싫어 못생긴 내 얼굴 맨 처음부터 못생긴 걸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