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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킴 Jan 12. 2019

게임 4. 한국인에게 게임이란


 게임이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고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사회의 여러 특성까지도 참고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런 특징은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하는 게임에서 나라별 플레이어들의 게임 스타일이 천차만별인 것에서도 드러난다.

 힐링 게임이라고 유명한 게임들이 한국인에게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유명하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숲에서 동물들이랑 친구도 되고, 과일도 따고 즐겁게 논다는 게임에서 한국 사람들만 내 집 장만과 대출금 상환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향해 달리고 또 달린다.

 최근에 친구 N이 게임하는 걸 보며 나는 그걸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분명 게임의 정체성은 농사도 짓고, 몬스터랑 싸우고 마을 주민들과 상호작용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이었는데, 친구는 게임을 시작하며 너무 크게 농사를 시작해버렸다. 목표는 분명했다.

 “난 부농이 될 거야.”

 게임 속 시간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새벽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다. N의 캐릭터는 새벽 6시부터 곧장 일을 시작해 동물 젖 짜고 밥 주고, 달걀 담아오고 치즈 만들고, 물주면서 농사짓다가 자정이 되어야 주민들을 만날 시간이 생긴다. 그러나 그 시간이면 주민들은 모두 잠자느라 만날 수 없고 최후의 최후까지 호수에서 혼자 낚시를 시키며, ‘오늘 다 팔아야 돈 들어온다’ 는 마인드로 게임을 하고 있다고 했다.

 웃었지만 게임 속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전혀 느낄 필요 없는 스트레스와 경쟁심을 느끼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끔찍한 병이다. 돈에 대한 집착, 이익의 뒤로 미뤄지는 인간관계, 단순한 행복을 추구하는 일을 부자가 된 다음의 일로 생각하는 게임 속 모습은 현실과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감정적인 영역도 무시할 수 없다. 게임이 타자와 관계를 복잡하게 맺는 것인 만큼, 싸움과 분노도 훨씬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나라고 예외일 리 없다. 팀 배틀 게임을 좋아해서 승패가 분명해지는 게임을 하니까 스트레스를 엄청 받게 된다.

 ‘졌지만 잘 싸웠어’나 ‘이기고 지는 게 뭐가 중요해. 재미있게 하는 게 중요하지’와 같은 아름다운 교훈을 새겨보려 애쓰지만 심장은 패배의 원인을 찾으려고 세차게 뛰고 있다. 부정하고 싶어도, 내가 굉장히 승부욕이 강한 사람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져도 즐거운 게임은 없어. 게임은 이기려고 하는 거야.”

 게임을 하면 할수록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사라지고 오직 승리냐 패배냐 하는 결과만 남는다. 그래서 게임은 즐거움과 동시에 크나큰 고통이다. 이상과 동떨어진 나의 실력 때문에 일차적으로 분노하고, 손발이 맞기는커녕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팀원들 때문에 2차 분노를 터뜨리고, 진짜 열 받는 건 난데, 이미 자기들끼리 치고박고 싸우느라 내게 화를 낼 타이밍조차 주지 않는 팀 분위기 때문에 머리가 따끈따끈해진다. 왜 요즘 ‘분노조절장애’와 같은 용어들이 쉽게 등장하는지, 그런 사람들이 왜 많이 눈에 띄는지 알 것 같다면 그건 지나친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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