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쿼카킴 Jan 12. 2019

게임 7. 소비하지 않고 놀기


 가장 순수하고 본질적으로 놀던 인간의 모습을 떠올려봤다. 멘토로 초등학생들 캠프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어느 한 명 자리에 앉아 있지 않고 앞을 향해 뛰어다녔다. 신기해서 열심히 지켜봤는데 특별히 목적도 없었다. 쉬는 시간 10분을 그냥 의미 없이, 엄청나게 해맑은 표정으로 계속 달리는 것뿐이었다. 당황하는 내게 캠프에 있어 달인의 경지에 오른 또 다른 멘토 선생님이 말했다.

 “초등학생이 뛰는 데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내 앞에 공간이 있고 내가 뛰어도 된다? 그럼 그냥 뛰는 거예요. 선생님도 아마 그랬을걸요?”

 생각해보니 정말 나도 초등학생 땐 그랬던 거 같다. 이유 없이 다른 친구를 쫓고, 아프지도 않게 때리고, 아프지도 않으면서 이젠 또 반대로 쫓고….(물론 최선을 다해 때린 전국의 ‘조폭 마누라’들도 있었겠지만) 중학생 캠프만 가도 이런 풍경은 볼 수가 없다. 

 우리의 놀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바로 전부 소비하는 문화라는 점이다. 정말 궁금한 건데, 노래방이란 게 없던 시절엔 어디서 노래를 했을까? 집에서도 부르고 샤워하면서도 불렀겠지만 친구들이랑 같이 노래하고 싶은 때도 있지 않은가? 놀러 가서 기타 치면서 불렀을까? 해변에서 박수치며 불렀을까?

 노래방이 생긴 이후부터 노래는 돈을 주고 부르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혼자 부르든 다른 사람과 함께 부르든. 인류 역사상 돈을 주고 노래를 불러야 하는 시대는 지금이 유일하지 않을까? 노래는 원래 공짜로 부르는 것이었는데, 이제 노래방이 아닌 곳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게 되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불러도 되는) 장소, 분위기, 상황의 경계가 명확해졌다.

 놀이에 대한 개념이 많이 달라지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소비중심의 문화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돈을 써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누군가의 설계에 따라 이뤄진다.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떤 포인트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지 정해져 있고, 그대로 하기만 하면 어느 정도의 즐거움이 확실하게 보장된다. 그런 감각들은 굉장히 손쉽고, 자극도 강하다. 게임이 우리에게 주는 자극과 즐거움, 성취도 똑같은 것일 테다. 하지만 그런 즐거움에 익숙해진다면, 더 많이 노력과 고민을 해야만 하는 실제의 상황에서 우리는 더 쉽게 지치고 피로를 느끼고 어려움을 느낄 게 분명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게임 6. 우리에게 주어진 놀이의 문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