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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킴 Jan 12. 2019

게임 8. 자유와 즐거움이라는 천국


 부끄러운 고백을 하건대, 나는 산책을 싫어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눈다거나 예쁜 풍경이 있어서 그걸 구경하는 게 아닌 바에야 굳이 운동도 되지 않을 법한 그 느릿느릿한 걸음의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탓에 나는 일 분 일 초도 남기지 않고 모든 시간을 야무지게 즐거움으로 꽉꽉 채우고 있다. 심지어 밥을 먹을 때도 그냥 밥만 먹는 건 왠지 서운하고 허전한 느낌이라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보거나,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먹는다. 

 그러나 이렇게 역동적인 즐거움으로 가득한 하루가 나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나를 열정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요하게 음미해야 할 인생의 묘미들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곤 한다. 길을 걸을 땐 목적지만을 향하고, 귀에 꽂은 이어폰에선 쉼 없이 음악이 흘러나와 주변의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다. 입에 넣는 음식의 맛과 가치는 한없이 추락한다. 정성 들인 풍부한 맛의 음식을 굳이 찾을 이유도 사라진다.

 나의 영혼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자신의 수필집 『달빛 속을 걷다』에서 그런 식의 삶이 절대 우리를 좋은 인간으로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일생에 안개 낀 날이 얼마나 많은지가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 이 나라 하늘처럼 상상력이 더 풍부해지고, 사고가 더 명료하고 새로워지며 가벼워지고 이해력이 평야처럼 더 넓어져서, 전체적으로 지성은 번개와 천둥처럼 더 광범위하게 작용할 것이고 마음은 내륙의 바다에 맞먹게 더 넓고 깊고 위풍당당해질 것이다.”

 소로는 아무리 문명이 발달해도 인간에게 가장 매력적인 것은 야성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문명화되지 않았고 자유롭고, 야성적인 사고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야성은 노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누군가의 의도에서 벗어나 결과를 신경 쓰지 않고 놀고 있는 순간에 충실할 수 있다면 우리가 있는 모든 곳이 천국이 될 것이다.

 결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성과를 항상 증명해야 하는 사회가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게 싫다고 회피하는 식으로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백 원짜리 동전으로 오락실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이제 끝났다. 소비자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을 벗어던지고 야성적 인간으로서 남을 수 있도록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그것을 상상하고 발견한다면, 그곳에 바로 우리의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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