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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킴 Jan 12. 2019

일회용품 1. 편리한, 그러나 한없이 죽음에 가까운


 나는 아주 오랫동안 알바트로스가 전설 속에만 살아있는 새라고 생각했다. 한 번 날아오르면 일 년씩이나 육지를 딛지 않고 세계를 한 바퀴 돌아 다시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다는 전설의 새. 그러나 가슴 털이 우아하고 쭉 뻗은 날개가 당당한 알바트로스는 멀쩡히 살아서 짝짓기도 하고 사냥해서 새끼를 기르며 잘 지내고 있었다. 아니,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알바트로스의 근황을 알게 된 것은 사실 나쁜 일을 통해서였으니까.

 사진작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크리스 조던이 사진과 영화를 통해 내게 진짜 알바트로스를 알려주었다. 내가 상상했던 만큼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한 명도 없는 그들의 서식지에서, 알바트로스들은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 때문에 죽어가고 있었다. 물결 속에 빛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물고기로 착각해 새끼들에게 먹여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조각들이 어미의 입에서 나와 새끼의 맹렬한 식도로 빨려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수치스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들고 있던 플라스틱 펜이 저들을 죽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죽어가는 알바트로스의 모습은 그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였다. 살아가던 대로 살아갔다간 지구 위의 수많은 생명은 물론이고 당장 너도 어떻게 될지 봐라, 하고 말하고 있었다. 동시에 내가 무엇을 깨닫고 행동하든지 그것이 얼마나 늦었는지를 따져 묻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모든 게 현실이야! 네가 앉아있는 따뜻한 방바닥이 아니라, 플라스틱을 먹고 죽어가는 아기 새가 현실이야!”

 쓰레기의 문제에 대하여, 언제나 나는 당사자이면서도 항상 한 발짝 물러선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왔다. ‘그것 참 큰일이지’ 하고 거드름을 피우면서 음료수가 든 플라스틱병을 자연스럽게 집어 들곤 했다. 편리한 소비와 지나치게 청결한 생활은 너무 가까이 있는데 반해 이로 인한 피해는 눈에 잘 보이지 않으니까 쉽게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마주하는 진실들은 그 정도가 좀 심해서 지금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걱정만 하며 넘어가긴 불가능했다. 코에 빨대가 꽂혀 괴로워하는 바다거북의 영상은 너무 끔찍했고,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미세한 단위로 쪼개져 인간의 생명까지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소식은 섬뜩했다. 최소한의 이타심 혹은 최대한의 이기심을 발휘해서 나는 정말 무언가를 해야 할 때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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