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일이지만 친구들과 함께 스테인리스 빨대를 구입했다. 색도 예쁜 로즈골드로. 카페를 그렇게 자주 다니는 입장에서, 이제 카페 내에선 일회용 컵 사용도 금지되었는데 떡하니 일회용 빨대를 쓰는 게 영 마음에 걸렸다. 그렇지 않아도 자주 가는 채식 카페에서는 아주 예전부터 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있었다며 나의 선택을 반겼다. 대단한 일을 시작한 것도 아닌데, 환경운동가라도 된 것처럼 주변에서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주 어릴 때부터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이 미치는 환경적 악영향에 대해 배워왔고 수많은 환경학자의 경고에도 눈 하나 깜짝 않다가 결국 나에게 피해가 미치기 시작해야 행동으로 옮기게 되었을 뿐인데…. 부끄러울 마음이었다.
그 후의 삶이 예전과 같을 수는 없었다. 내 눈이 닿는 모든 곳에서, 모든 시간 동안 일회용품이 사용되고 버려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어떻게 이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지 믿기지가 않았다. 길거리에서는 컵부터 뚜껑, 빨대까지 전부 플라스틱인 테이크아웃 커피가 마시다가 분리수거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버려지고 있었고, 배달음식을 시켰더니 모든 용기가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용기에 담겨 와서 경악스러웠다. 비가 오는 날엔 어딜 들어가려고 할 때마다 새로운 우산 커버를 쓰느라 엄청나게 많은 비닐이 버려졌다. 일회용 젓가락과 포크 따위는 왜 말하지도 않고 계속 넣어주는지, 물어봤다면 절대로 넣지 말아 달라고 얘기했을 텐데 말이다!
한 번 의식하기 시작하니까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마침내 텔레비전과 영화, 심지어는 유튜브에 나오는 쓰레기들도 거슬리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왜 분리수거를 안 해?’
‘저건 굳이 비닐장갑을 안 써도 될 것 같은데?’
남들의 삶에 참견하고 싶은 욕구가 파도처럼 일었기 때문에 나는 그 마음을 참기 위해 차라리 눈을 감아야 할 지경이었다. 참고로 나는 이걸 ‘검은 봉지의 습격’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동안 눈치채지 못했던 불편한 진실들이, 어느 날 걷잡을 수 없게 눈에 띄고 신경이 쓰이며, 마침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거대한 습격이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여전히 나를 수치스럽게 한다. 바로 얼마 전까지 이 문제에 대해 “걱정이지.” 라고 말하면서도 거의 신경 쓰지 않았고, 지금도 완벽하게 일회용품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의 몇몇 기억은 내가 이 쓰레기 문제의 주범인 것 같은 죄책감을 준다.(사실 주범이 맞기도 한 것 같다.)
자취생활 할 때가 대표적이다. 혼자 살고, 정신없이 살고, 정돈되지 않게 살았던 때일수록 일회용품 사용도 늘었다. 이상하게 비닐봉지에 그렇게 집착을 했었는데, 놔두고 모아두면 어쨌든 요긴하기 쓸 데가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었다. 일반 쓰레기는 물론 재활용, 음식물 쓰레기 처리할 때도 편하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먼지 묻지 않게 넣어서 보관하기에 좋다고 일부러 필요 이상의 비닐봉지를 더 받아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