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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킴 Jan 12. 2019

게임 6. 우리에게 주어진 놀이의 문화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하는가? 터울이 굉장히 큰 동생을 키우다시피 하고 있는 친구 S가 말했다.

 “요즘은 옛날처럼 놀지 말라고 안 해. 놀이를 가르치는 학원도 있고 잘 노는 애들이 공부도 잘한다는 게 요즘 학부모들의 정설이지.”

 잘 노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이라니! 아이들은 원래 아무것도 없이 잘 노는 존재인데 그걸 새롭게 알려줘야 한다는 게 우스꽝스러웠다. 그런데 그걸 우습게 여기는 이미 자라버린 어른들의 놀이는 어떠한가? 퇴근 후 요즘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가? 청년 세대, 라고 거창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소소하게 나와 내 친구들이 요즘 뭐 하고 노는지 생각해봤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술이다. 퇴근 후 술 한 잔은 정말 좋은 위로지만 좋고 나쁨을 떠나 내가 술을 잘 못 마시고 힘들어하는 까닭에 자주 즐길 수는 없다. 사람을 만나는 수단으로도, 그냥 술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놀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겠다. 한때는 클럽도 엄청 좋아했다. 즐겁게 춤만 출 수 있었다면 꾸준히 발길을 했겠지만 외모에 대한 압박이 너무 심해지는 것 같아 싫어서 그만 가게 되었다. 카페도 있다. 좋은 분위기의 카페에서 사진을 잔뜩 찍어 올리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니 카페인이 없는 다양한 메뉴가 있는 카페가 있다면 꼭 나에게 알려주기를 바란다.

 그밖에 떠오르는 ‘놀이’에는 아낌없이 투자해왔다. 힐링 카페라는 곳을 갔더니 안마 의자에 앉아있는 게 다였고, VR 게임은 신기했지만 그 비싼 돈을 주고 다시 갈 것 같진 않았다. 방탈출게임은 정말 새로운 시도였는데 마찬가지로 너무 비싸고, 멀미가 조금 났고, 전혀 자유롭지 않았다. 키덜트가 한창 유행할 땐, 나도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슬라임이니 액체괴물이니 하는 걸 사 모았다. 레고를 모으는 친구도 있었다.

 누구는 키덜트 문화가 어린 시절에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잘 놀지 못했던 사람들이 어른이 되어서 이제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지자 그 향수 때문에 집착하는 거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특히 노는 것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부모가 없는 상황이 되자 폭발해버렸다는 것이다. 성인을 결핍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럴싸한 해석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생각의 끝에 내가 깨달은 것은, ‘논다는 것’에 대해 우리가 사실상 무지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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