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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킴 Jan 12. 2019

일회용품 6. 말 한마디의 기적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책임이 닿는 범위까지 시도를 해보는 것이었다. 생각이 미치는 모든 것을 인식하고 스트레스받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해낼 수가 없다. 손이 닿는 범위부터 시작해서 그런 범위를 확장해 나가면 좋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100명만 있어도 100명이 실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친밀함의 범위는 대단히 넓어질 수 있을 테니까.

 또 개인적으로는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의사를 전하는 능력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을 비롯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질수록 극단적인 일부의 사람을 마주하는 일이 많아졌다. 개인의 판단을 넘어 절대적인 선이나 악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많은 사람이 함께하지 않을 때 소수의 사람이 더욱 극단적인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대화하겠다는 호의적인 태도와 상대로부터 늘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자세야말로 변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또 주장과 목적을 떠나서 인간적으로 가져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기도 하다.

 다행히 환경의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크지 않다. 일회용품 때문에 환경이 실제 오염되고 있고 그래서 우리가 사용과 낭비를 줄여야 한다는 사실을 가지고 논쟁을 벌일 일은 아마 없지 않을까?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알면서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사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이 겪게 되는 공통적인 문제는, 아는 게 적어서 행동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점이다. 몸이 게으르고 마음만 앞서가는 사람으로서 그런 생활 속 갈등을 여러 차례 겪어봤다. 그런 갈등의 순간에 옆에서 한 번 상기시켜주고 필요를 언급하며 행동을 거들어주면,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친구 J 역시 일회용품에 대한 문제를 모르지 않고 노력하려는 의지도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괜히 걔가 마음 상해할까 혹은 나를 예민한 사람 취급할까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J를 아주 우습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정말 반성했다. 모든 상황에서 스스로 경각심을 가질 수도 없고, 가끔 나도 모르는 생각과 행동을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 함께 이야기해보고, 서로에게 배우고 좀 더 괜찮은 존재가 되는 일에 도움을 주는 것이야말로 친구로서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 아닌가.

 나는 J에게 앞으로 계속 와인을 마실 거라면 차라리 제대로 글라스로 된 와인잔을 사라고 권하거나, 이번 한 번만 마실 거라면 머그잔도 괜찮다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우선 소심하게 “안 사도 될 것 같은데.” 하고 말을 건네 보았다. 간단한 한 마디였을 뿐인데 J는 일회용 와인잔을 사지 않았다. 어렵게 문제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의외로 간단히 무의식적 행동을 고칠 수 있고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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