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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킴 Jan 12. 2019

스마트폰 2. 과시와 관음의 문화


 SNS는 친구 L뿐 아니라 대부분의 현대인이 스마트폰으로 가장 자주 하는 작업 중 하나다. 그러나 나의 첫 번째 SNS는 스마트폰과 전혀 상관없는 싸이월드였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스마트폰이 아니었을 뿐이지 우리는 시대를 막론하고 남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혹은 내 삶을 보여주는 걸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서로의 홈피를 방문해 방명록도 남겨주고 좋았던 추억을 사진과 글로 올리면 댓글을 남겨주는 건 기본적인 센스였다. 물론 일기를 열심히 써서 포도알을 모으는 것도 쏠쏠한 즐거움이 있었다. 하지만 도토리를 충전해 홈피를 꾸밀 때만 해도, SNS가 이렇게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리라 예상하지 못했고, 우리가 이렇게 빠져들 거라고도 상상하지 못했다.

 언론과 평론가들은 SNS의 성공이 과시와 관음의 욕망 때문이라고 말한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를 따라 경로당을 드나들었던 나의 기억에 따르면, 화투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할머니들의 SNS는 지금 우리가 빠져있는 것보다 훨씬 자극적이었다. 주제는 보통 실화에 기반하는데, 누구네 며느리 이야기, 아는 사람 아들 이야기, 누가 병원에 실려 갔다가 살아 돌아온 이야기 등 막장드라마 저리 가라 할 만한 것이었다. 문제는 이런 남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에도 정말 짜릿했다는 점이다.

 남의 이야기는 어쩜 그렇게 재미있을까? 그리고 왜 항상 남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한 걸까? 심지어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 아닐 때도 있다. 과장되고 왜곡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맞는지 아닌지는 어쩌면 진짜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타인을 관찰하고 거기에 대해 이야기 하는 모든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차라리 본능에 가까울 만큼 솔직하고 분명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하긴, 인간은 이야기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고, 타인을 모방하며 배우고 비교를 통해 성장하기도 한다. 나의 즐거운 일을 알리고,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을 갖는 게 나쁜 일도 아니고, 어쩌면 어느 정도의 과시와 관음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요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 나는 SNS에 모든 것을 솔직하게 올리는 게 좀 고민된다. 굳이 솔직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처음 SNS를 시작할 때는 일기처럼 소소한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 수단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런 기능은 쉽게 없어지고 말았다. 무엇을 기록할까 보다는 무엇을 보여줘야 할까를 더 많이 고민하게 되는 걸 보면 말이다.

 대단할 것도 없는 나의 사적인 영역이 전시되기 시작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최소한의 기준들이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것도 사실이다. 적당한 문화행사와 여행의 기록이 없다면 왠지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남들은 다들 그렇게 사니까 나도 비슷한 목표를 정하고 마음이 움직인다. 반대로 좋은 일이 있거나 여행을 가는 등 특별한 경우에는 반드시 이걸 올려서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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