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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킴 Jan 12. 2019

스마트폰 1. 세상을 지배하는 스마트폰


 지금 인생에서 가장 빠질 수 없는 한 가지 물건을 고르라면 어떤 걸 선택할 것인가? 나는 단박에 스마트폰을 선택할 것이다. 스마트폰 하나가 대체하고 있는 기기가 워낙 많아서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걸 말하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걸 찾는 게 훨씬 빠를 지경이니까. 사진, 음악, 계산과 같은 기본적인 기능부터 문화, 쇼핑, 여가, 금융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스마트폰은 현재 인류 문명의 정수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스마트폰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예전에 친구 J와 유럽여행을 떠났을 때 겨울이어서 J의 스마트폰이 춥다며 자꾸 마음대로 꺼지곤 했다. J는 정작 자신이 추운 것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으면서 스마트폰에게 털옷을 사 입히고 핫팩을 붙여주며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혹시나 배터리가 닳을세라 보조배터리는 당연하고 도둑이라도 맞을세라 손목에 걸고 손가락에 끼우고, 어딜 가든 1순위로 챙기는 모양새가 진정한 집사의 태도였다.

 나도 물론 어딜 가든 스마트폰을 최고로 모신다. 그 여행에서 나는 적지 않은 돈을 도둑맞았었는데(유럽여행은 정말 도둑과의 전쟁이다.) 스마트폰을 훔쳐 가지 않은 것만 해도 고마웠다. 내게 남은 스마트폰은 계속 여행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만약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면 다음 날에라도 당장 귀국 비행기를 끊었을 게 분명하다. 

 그러던 중 친구 L이 스마트폰 업데이트 이후 새로운 기능이 추가됐다며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나는 절대 알아차릴 수 없는 놀라운 신기술을 소개해주었다. 어떤 어플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사용한 시간을 보여주는 기능이었다.

 “나는 있지…. 이렇게 인스타그램(사진을 중심으로 한 SNS)을 많이 한 기억이 없어. 난 이걸 믿지 않아.”

 자신이 소개해주고도 L은 첨단과학기술을 부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인으로서 말하자면 첨단기술까지 갈 필요도 없이 모두가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였다. 몇 시간이라고 들으면 너무 큰 시간처럼 보이지만, 사실 일상의 10분, 10분이 가랑비에 옷 젖듯, 인지하지 못 한 사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쌓였을 뿐이다.

 물론 L이 유난한 SNS 중독자라는 얘기는 아니다. 당당하게 주변인인 척했지만 사실 나도 그럴 자격이 없다. 내 스마트폰에 저런 기능이 없으니 망정이지, 내가 얼마나 유튜브를 하루 종일 끼고 사는지 알게 된다면 모두가 충격에 빠질 것이다.

 나의 유튜브 사랑은 정말 내가 느끼기에도 지독하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이불 속에서 뒹굴뒹굴하며 새 영상 올라온 걸 체크하고, 밥 먹을 때도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먹고, 이동할 때도, 화장실에서도, 일을 하다가도, 지금처럼 글을 쓰다가도 문득문득 영상을 보러 다녀오게 된다. 하다못해 잠잘 때도 수면을 도와주는 영상을 틀어놓고 잠이 들 정도니까 정말로 몇 시간이나 볼지 헤아려본다면, 모르긴 몰라도 하루에 15시간은 족히 넘을 것이다.

 비단 유튜브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튜브를 많이 본다고 했지, 다른 SNS를 안 하는 말은 아니다. 자주 가는 커뮤니티도 있다. 모바일 게임도 즐겨 하는 편이고, 인터넷 강의도 이젠 모바일로 보면서, 취업 준비할 때는 취업어플, 집 구할 때는 부동산어플, 여행 갈 때는 여행어플을 깔아 전적으로 의지한다. 얘기를 늘어놓다 보니 결국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한다는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뭐 어떠랴. 내가 바로 스마트폰 중독자가 맞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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