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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킴 Jan 12. 2019

일회용품 8. 사랑, 우리의 유일한 탈출구


 크리스 조던은 다큐멘터리 영화 <알바트로스>에서 영화를 보고 박수를 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대신 애도의 감정을 느껴 달라고 요청한다. 애도는 슬픔이나 절망과는 다르며, 오히려 사랑의 감정과 닮아있다.

 “애도는 사랑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 혹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애도에 마음을 내어준다면 이는 우리를 사랑의 가장 깊은 곳까지 데려다줄 것이다.”

 비닐 포장을 벗기고 버릴 때, 나는 태평양 한가운데서 죽어가는 알바트로스를 떠올릴 수가 없다. 플라스틱병에 든 음료를 살 때 이 쓰레기가 바다 건너 필리핀에 수출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 밖의 무수한 일회용품을 쓰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지구에 살고 있는 수많은 타자들과 연결이 완전히 끊어지고 오로지 독립된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소비하고 버려왔다.

 나는 한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강제가 가장 적절한 해결책이 될 거라고 믿었다. 당장 카페에서 일회용 커피잔을 사용하지 않는 것만 해도 얼마나 큰 효과가 있었는가? 약간의 강제가 없다면 어떻게 해서도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개인들의 노력은 얼마나 작고 쓸모없게만 느껴지는지!

 하지만 법적인 강제는 모두 기본적인 시민적 합의 위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니까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우리 모두가 다시 연결되는 것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모든 존재가 나에게 영향을 받고, 나 또한 그런 존재들로부터 영향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감각을 되살리는 것 말이다.

 감각이 되살아난 다음은 사랑의 감정이다. 사랑하는 대상을 어떻게 한 시라도 잊을 수 있겠는가? 알바트로스를 알게 되고, 그들의 기품 있는 날갯짓과 바람을 타고 시작하는 아름다운 여행에 관심이 생긴다면 결코 그 비행이 끝나는 걸 원하지 않게 될 거다. 아기 새의 울음소리가 귀엽다고 느끼고 어미가 주는 먹이가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에 마음 아파할 수 있다면 분명 이 문제에 개입하고 싶어질 것이다. 

 편리와 수익, 귀찮음이 우리의 눈과 귀를 멀게 할 때, 오로지 용기 있는 상상력만이 위기를 극복하게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끝없는 시도, 이해할 수 없는 타자를 이해하려는 무수한 도전. 나의 작은 용기는 느낄 수 없을 만큼 미미한 결과를 낳겠지만 절대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크게 본다면 세상을 바꿀 위대한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우주에 지울 수 없는 분명한 희망의 흔적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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