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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킴 Jan 12. 2019

스마트폰 3. 페이스트리와 조약돌


 그런데 개인적으로 내가 SNS에 들락날락하는 이유는 또 조금 다르다. 한 마디로 이유를 다 정리할 순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인간관계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겨우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기지만, 벌써 마음을 나눈 벗들은 고향 땅을 떠나 일자리를 찾아, 더 나은 삶을 찾아 서울부터 지구 반대편에 이르기까지 혈혈단신으로 용감하게 떠났다.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하루라도 안 보면 서운한 얼굴이었는데, 물리적 거리가 멀어졌다고 일 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하려니 여간 속상한 게 아니었다. SNS를 하면 멀리 있는 친구의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요즘 사는 건 어떤지를 볼 수 있으니까 이렇게라도 서로를 안부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은 마음도 있고, 어려운 시기에 기댈 곳 없는 타지에서 고생하는 그들에게 때로는 위로를 건넬 수 있어서 SNS에 고마운 마음도 있었다.

 한편 멀리 가까운 관계끼리만 교류하고 있는 건 아니다. 나보다 좀 더 오래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연륜의 K는 본인의 SNS 사랑에 대해 열정적으로 옹호했다.

 “인생을 살면서 정말 아쉽다고 느끼는 부분은,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었고 충분히 그럴 수 있었던 사람들과 흘러가듯 스쳐 지나가게 되고 멀어지게 되었다는 점이야. SNS를 하면 서로가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훌륭한 연결을 이어갈 수가 있어.”

 SNS의 짧은 글과 단편적인 사진들은 그 사람의 모든 걸 대변하진 않지만, 최소한의 근황을 알려준다. 그래서 ‘그때 내가 조금 더 적극적이었다면’, ‘그때 그 사람과 더 친해지고 연락을 계속했더라면’ 하는 후회의 자리들을 채워주는 것이다. 나만 해도 어디서 뭘 하고 지낼지 알 길 없었을 동창들과 선후배의 소식을 모두 SNS로 접하고 있다. 어디서 누가 카페를 열었는지, 누구는 어떤 직업을 갖게 되었고 옛날의 그 커플은 아직도 사귀고 누가 결혼을 했다더라 하는 이야기들….

 그러나 이런 연결을 통해 느끼게 되는 피곤한 감정도 실재한다. SNS를 통해 만나지 않아도 타인의 삶을 보이는 이상으로 쉽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자 때로는 알고 싶지 않은 소식들까지 강제로 전해진다. 자연스럽게 끊어지는 편이 훨씬 좋았을 관계들이 질척거리며 내 주변을 계속 맴돌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많다. 심지어 SNS상에서는 내가 살아온 발자취를 따라 모든 연결고리가 이어져 있어서 전혀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을 쉽게 찾아낼 수도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이 나를 그런 방식으로 찾아낼 수도 있고 말이다.

 나는 내 주변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채 아주 얇게, 겹겹이 쌓이는 페이스트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롭고 도움이 되는 관계일 수도 있지만, 사실 내게는 간단하지만 단단하게 오랜 시간을 버틸 조약돌 같은 형태의 인간관계가 더 필요한 때가 많았다.

 우리는 타자를 실제로 마주하는 것을 굉장히 꺼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실이 어떤지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보다 필터와 편집을 거쳐 가장 극적인 부분으로 남기고 자신의 인상을 전달한다. 그러나 그렇게 꾸며진 모습이 나를 대표한다고 느끼기 어렵듯이 짧은 사진과 영상을 통해서 우리는 아무것도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정말 중요한 것들은 손안의 화면을 통해 전부 전해지지 않는다.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은 소중한 것이지만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화면으로 보이는 영역이 아니라 화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영역일 것이다. 스마트폰이 제시하는 간단한 인간관계의 관리가 아니라, 직접 만나고 목소리를 들으며 더 직접적이고 감각적으로 삶을 공유한다면 좀 더 튼튼하고 진실한 관계가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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