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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킴 Jan 12. 2019

스마트폰 4. 소비하지 않아도 매일 소비하기


 나의 경우 스마트폰 사용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유튜브다. 세상의 온갖 정보와 즐거움이 나를 위해 맞춰진 것처럼 끝없이 기다리고 있다. 연달아 이어지는 자극적인 유혹을 도저히 이겨낼 수 없었기 때문에 친구들에게도 한 번 물어본 적이 있다.

 “너네 유튜브에서 채널 몇 개나 구독하고 있어?”

 10개도 구독하지 않는 친구부터 80개가 넘는 채널을 구독하는 친구도 있었다. 

 “아니, 도대체 뭘 보면 80개가 되냐?”

 친구들의 구독 리스트를 구경하는 것은 상당히 재미가 있었다. 영어를 잘하는 친구는 과연 외국인 유튜버를 많이 구독하고 있었다. 어떤 친구는 자취생답게 자취 요리 채널을 가장 자주 보고, 나와 게임을 함께 즐기는 친구는 당연히 게임 채널을 구독하고 있었다. 때때로 겹치는 사람이 있기도 했고, 서로에게 좋은 채널을 추천해주기도 하면서 금세 새로운 소통의 장이 열렸다. 어떤 주제의 채널을 구독하고 있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취미와 관심사, 요즘의 생활까지 한 눈에 보인다. 미용과 뷰티, 여행이나 생활 브이로그(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남기는 것), 게임, 먹방(음식을 먹는 영상), 음악, 각종 리뷰, 반려동물, 유명인…. 얘기를 나누는 것보다, SNS를 살펴보는 것보다 생생하게 그 친구에 대해 알게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자주 보는 영상은 즐거움을 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영상이 우리의 무의식에 끼치는 영향은 굉장해서, 영상을 보는 사이 자연스럽게 관련된 욕구가 자극된다. 뷰티 채널을 열렬히 구독 중인 내 친구는 영상을 보고 있다 보면 항상 새로운 화장품에 대한 물욕이 샘솟는다고 고백했다. 먹방을 좋아하는 친구는 먹방을 보게 된 이후로 훨씬 더 자주 먹고 싶고, 먹고 싶은 음식이 끝없이 생기고, 실제로 더 많이 먹게 되었다고 했다. 

 자본은 이런 부분을 섬세하게 파고든다. 돈을 지불할 때만 소비를 하는 것은 아니다. 돈 한 푼 내지 않고 채널을 구독하는데도, 어떻게 벼락부자가 되는 유튜버들이 생기는 걸까? 물론 광고수익이 가장 클 것이다. 그 외에도 매체 자체에서 클릭 수, 시청 수, 시청하는 시간 등에 따라 비용이 지불된다. 물론 더 은밀하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경계해야 마땅한 것은 광고다. 광고는 늘 우리에게 무엇을 더 가져야 하는지를 말한다. 현재의 상태를 불만족스럽게 만들고 항상 더 많이 가진 상태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 작업이 보이지 않게 진행될수록 물론 그 영향력은 더 은밀하게 우리의 내면을 파고든다.

 최근에 충격받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아무 생각 없이 구독 중인 채널에서 문화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영상을 봤다. 후에 지인이 그 문화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어느 채널에서 봤다’ 하고 아는 체를 했다. 

 “채널이 구독자도 많고 리뷰 영상 자체도 재미가 있어서 홍보에 상당히 도움이 됐겠어요.”

 내 말에 담당자는 그 영상 자체가 홍보로 넣은 거고, 그걸 위해 돈이 꽤 많이 들어갔다고 알려주었다. 영상에는 물론 그 어떤 광고나, 협찬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돈을 쓰지 않아도, 의식하지 않아도 우리가 소비에 노출되어 있고, 소비를 하고 있는 상태라는 걸 실제로 확인했을 때의 충격이란! 우리 정보가 헐값에 팔려나가고, 나의 취향을 분석해 광고가 뜬다는 등 놀라운 마케팅의 세계에 대해 알음알음 들은 적 있었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새삼스레 소름이 돋았다.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더 이상 내 눈으로 보고 내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24시간 내내, 잠시도 소비를 멈출 수 없는 상태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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