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순간에 돈방석에 앉은 사람들을 졸부라고 부르며 경멸하는 일반적인 편견을 무척 싫어한다. 3대째 내려오는 부잣집이라고 해서 인성이 훌륭하리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말하자면, 사람의 인성이나 천국에 갈 확률 같은 건 생각보다 재산에 비례하거나 혹은 반비례하지 않고 그냥 전혀 상관없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왜 이런 구질구질한 변명을 하느냐면, 내가 바로 벼락부자라는 게 되고 싶기 때문이다.
성실한 은행원의 딸로 평범하게 자라온 나는 어릴 때부터 일확천금의 꿈을 갖고 있었다.
“나는 부자가 될 거야.”
물론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하며 돈도 벌고 저축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이 이렇게 각박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고등학생 때쯤엔 사실 짐작하기도 했다. 나의 미래에 대해 떠올리면 복잡하고 심란하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막연하게 답은 로또뿐이라고 생각해왔다. 처음엔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구입했지만 곧 그것도 습관이 되었고 어쩌다 실수로 구입하지 못한 주는 바로 그날이 될 날이었다며 통탄을 금치 못했다. 구입하는 복권의 종류도 점점 늘어났다. 그렇게 몇 년 열심히 복권에 투자한 결과 이 돈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면 집을 샀어도 두 채는 샀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지만 말이다.
이뤄지지 않는 꿈은 일본에서도 계속됐다. 서비스직의 특성상, 내일부터라도 일을 때려치우고 싶은 사건이 매주 이벤트처럼 꼭 일어났다. 그때마다 자본주의 웃음으로 상황을 무마하면서 뒤로는 로또를 사들였다. 참고로 일본의 로또에는 세금이 없다. “서민들의 꿈에 세금을 매길 수 없다”는 낭만적인 이유였다. 나는 무릎을 ‘탁’ 쳤다. 로또는 정말로 나의 유일한 꿈이었으니까.
로또가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사람은 정말 많다. 내 친구들만 해도 나 못지않게 열정적인 로또 신봉자로서, 토요일만 되면 행복한 환상에 젖어 미래를 계획하곤 한다. 당첨되면 뭘 할 것인가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우리는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열 것이고, 바리스타 공부를 해서 서로가 서로를 고용해주기도 약속까지 모두 끝마쳤다.
로또에 대한 환상은 빠르고 확실하게 우리를 전염시켰다. 우습지만 로또를 사지 않은 채 로또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도 많았다. 로또를 사든 사지 않든 ‘일생은 한방’이라는 신앙심을 갖고 있는 우리에겐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무기력함과 빠른 포기, 삶에 대한 열정이나 미련이 없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