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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킴 Jan 12. 2019

로또 1. 노력 없이 벼락부자가 되고 싶다


 나는 한순간에 돈방석에 앉은 사람들을 졸부라고 부르며 경멸하는 일반적인 편견을 무척 싫어한다. 3대째 내려오는 부잣집이라고 해서 인성이 훌륭하리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말하자면, 사람의 인성이나 천국에 갈 확률 같은 건 생각보다 재산에 비례하거나 혹은 반비례하지 않고 그냥 전혀 상관없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왜 이런 구질구질한 변명을 하느냐면, 내가 바로 벼락부자라는 게 되고 싶기 때문이다.

 성실한 은행원의 딸로 평범하게 자라온 나는 어릴 때부터 일확천금의 꿈을 갖고 있었다.

 “나는 부자가 될 거야.”

 물론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하며 돈도 벌고 저축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이 이렇게 각박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고등학생 때쯤엔 사실 짐작하기도 했다. 나의 미래에 대해 떠올리면 복잡하고 심란하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막연하게 답은 로또뿐이라고 생각해왔다. 처음엔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구입했지만 곧 그것도 습관이 되었고 어쩌다 실수로 구입하지 못한 주는 바로 그날이 될 날이었다며 통탄을 금치 못했다. 구입하는 복권의 종류도 점점 늘어났다. 그렇게 몇 년 열심히 복권에 투자한 결과 이 돈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면 집을 샀어도 두 채는 샀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지만 말이다.

 이뤄지지 않는 꿈은 일본에서도 계속됐다. 서비스직의 특성상, 내일부터라도 일을 때려치우고 싶은 사건이 매주 이벤트처럼 꼭 일어났다. 그때마다 자본주의 웃음으로 상황을 무마하면서 뒤로는 로또를 사들였다. 참고로 일본의 로또에는 세금이 없다. “서민들의 꿈에 세금을 매길 수 없다”는 낭만적인 이유였다. 나는 무릎을 ‘탁’ 쳤다. 로또는 정말로 나의 유일한 꿈이었으니까.

 로또가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사람은 정말 많다. 내 친구들만 해도 나 못지않게 열정적인 로또 신봉자로서, 토요일만 되면 행복한 환상에 젖어 미래를 계획하곤 한다. 당첨되면 뭘 할 것인가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우리는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열 것이고, 바리스타 공부를 해서 서로가 서로를 고용해주기도 약속까지 모두 끝마쳤다.

 로또에 대한 환상은 빠르고 확실하게 우리를 전염시켰다. 우습지만 로또를 사지 않은 채 로또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도 많았다. 로또를 사든 사지 않든 ‘일생은 한방’이라는 신앙심을 갖고 있는 우리에겐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무기력함과 빠른 포기, 삶에 대한 열정이나 미련이 없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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