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것들’의 한때로 치부하기엔 문제가 너무 컸다. N포 세대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듯, 이런 개인들의 특징은 곧 세대의 특징이 되고 나아가 사회의 특징이 되었다. 나를 포함해 사회의 모든 게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기분이었다. 무엇이 우리를 그토록 외롭고 불안하게 만드는 걸까.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성과다. 결과로 제시할 수 없다면 낙오자가 될 거라는 사실은 아주 어릴 때부터 강력하게 주입된 의식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 그 말의 진위여부를 가리기도 전에 죽을 각오로 열심히 달려오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깨달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와 명예에 그렇게 큰 야망이 없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원하는 것은 아홉시에 출근해서 여섯시에 퇴근하는 것이다. 회사 근처에 내 한 몸 뉘일 집을 마련하는 것이고 상황이 허락한다면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다. 일하다가 자신의 한계에 부딪혀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맘 맞는 사람들과 술 한잔하기도 하고 가끔은 이 악물고 극복하기도 하는, 아주 ‘보통의 삶’이다.
그리고 취업을 준비하며 알게 되는 것은, 보통만큼의 노력을 해서는 절대 ‘보통의 삶’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죽을 노력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큰 욕심과 야망이라면 얼마나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 하지만 그런 노력을 해서 얻는 게 겨우 보통의 삶이라면, 결과가 뿌듯하고 자랑스러울 이유가 없다. 나의 가치, 열심의 대가는 보잘것없고 하찮게 여겨지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보통을 벗어난 새로운 길이 제시되는 것도 아니니까, 굴레를 벗어나는 걸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런 삶에서는 차라리 죽음을 가깝게 생각하게 된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빛나는 열정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완벽한 결과를 제시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시큰둥해진다. 어차피 안 될 일에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시간 낭비니까!) 그 결과 세계는 좋은 말로 하면 점점 전문화되어 가고, 좀 더 솔직히 표현하면 한 치 앞밖에 보이지 않을 만큼 좁아졌다.
내면적으로도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가속된다. 가족 혹은 친구와 같이 가장 가깝고 편안한 사람에게조차 심리적 압박감을 받고 있다. 어디서든 스스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걱정 때문에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녹초가 되기도 한다. 일을 망칠까 봐 아예 시작조차 못 하는 경우도 있고, 작은 어려움과 고비에 쉽게 포기하기도 한다. 사람을 새롭게 만나는 것을 비롯한 모든 새로운 일에는 고통이 따르고 너무나 피곤하게만 느껴진다. 무엇보다 우리는 상황이 나쁘지 않을 때도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버린다. 행복할 때조차 허무한 감정을 감출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의 ‘보통’이란, 이렇게 위험한 부작용을 동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