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 때문에 위로와 힐링이 주가 되는 책과 이야기가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나는 때로 아무런 메시지가 없고 모호한 단어와 지나치게 많은 빈 공간으로 가득한 베스트셀러를 만날 때 당황하곤 한다. 왜 이런 책들이 읽히는가? 요즘 시대에 가장 분명한 것이야말로 공감과 위로이기 때문이다.
컬러링북이 유행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림을 직접 그리는 것도 아니고, 왜 그려진 그림에 색칠하는 게 유행할까? 어린 시절에나 하던 놀이 아닌가? 또 한동안 의문이었다. 아마도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는 건 이제 귀찮고 피곤한 일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백지는 이제 우리에게 두려움을 상징한다. 안 그래도 머리 아픈 일이 사방에 널렸는데 굳이 사서 머리 쓸 필요가 없다.
우리 세대에 또 다른 유행으로는 공무원시험이 있다. 공무원 되는 게 유행이라는 말은 좀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학생들이 장래희망으로 공무원을 꼽고, 실제 수많은 청년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까닭에 경쟁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내 주변에도 이미 공무원이 되었거나 공무원을 준비 중인 친구들이 많다. 그러나 꿈의 직장이라는 공무원이 되어서도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답답하고 닫혀있는 공무원 사회에 무력함을 느끼고 노력해도 자신의 삶이나 집단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며, 퇴직 후 연금이나 바라보고 종이나 떼는 인생이라고 스스로 폄하하고 있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친구 S와 대화하다가 그 이야기가 나왔다. 시험을 준비 중인 S에게는 기분 나쁜 주제가 아닐까 조심스러웠지만 S의 생각은 분명했다.
“그건 딱히 공무원만 느끼는 문제는 아닌 거 같은데?”
큰 노력을 기울여 사기업에 들어가도 사회초년생은 똑같은 문제에 부딪힌다. 노력한 것에 비해 결과는 너무 작게 느껴진다. 집단 안에서 나의 존재는 초라하고 무력하다. 출근이 이어질수록 새롭지도, 흥미롭지도 않은 인생의 지리멸렬함, 그 시간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다시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