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치유는 아직 되지 않았다. 내게 큰 상처를 준 줄도 모를 테고, 이젠 그때의 기억도 다 잊었을 사람들에게 사과를 받지 못해서가 아니다. 사과를 받는다고 해도 분명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나 소설에서는 여자주인공이 사랑으로 상처를 다 극복해내기에 연애를 하면 상처가 사라질 줄 알았는데 결론적으론 그것도 아니었다. 외모에 집착할 때는 연인의 다정한 말을 의심하여 믿지 못해 서로에게 상처만 주었으며, 그런 생각에서 벗어났을 때는 외모에 대한 이야기나 칭찬이 나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없었기 때문에 별로 상처를 덮거나 치유해주지 못했다.
어느 날 갑자기 외부에서 떨어진 핵폭탄 같은 상처였지만, 치유가 꼭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만의 시간을 갖고 아름다움이 가진 허상에 대해 열심히 고민할 때, 그리고 편견과 두려움을 하나씩 깨고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나를 대단하고 뿌듯한 사람으로 여길 때, 누구도 이 문제로 나에게 절대로 똑같은 상처를 줄 수 없다고 느낄 때, 조금 더 강한 사람이 되어 상처는 별 것 아닌 것이 되었다. 상처에 대해서는, 정말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이제 어떻게 그런 말들에 대처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는 게 자랑스럽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항상 생각해. 그리고 너 자신을 더 당당하고 나은 존재가 되도록 만드는 말을 해.”
나는 여전히 살이 빠지면 기분이 좋다. 새치를 감추기 위해 염색도 하고 면접을 보러 갈 때를 대비한 화장품도 가지고 있다. 완전한 탈출이란 무엇일까? 그런 게 정말 가능할까? 아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본능에 가까운 이미지들을 탈피하고 새로운 인식의 지도를 그리지 않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솔직히 그게 무엇인지 잘 상상조차 되지 않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아름다움에 대하여 훨씬 편안하고 자유로운 감정을 느낀다. 지금은 이런 작은 발걸음에 만족하고 충분히 기뻐하려고 한다. 그리고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어디에 에너지를 쏟아야하는지 알고 노력할 것이다. 다양한 아름다움을 상상하는 힘, 혹은 아름답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는 문화의 힘, 아름다움으로 가두려고 했던 행동과 생각의 양식에서 뛰쳐나왔던 지난 역사적 쟁취와 진보를 기억하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