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인류가 한 번도 아름다움을 꿈꾸지 않은 적은 없다. 그러나 나는 지금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아름다움에 대한 중독이 가장 심각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으로 아름다움은 부유한 왕족 혹은 지배층의 소유였거나 혹은 여성에게 국한된 이야기였다. 그들이 자신의 거의 모든 에너지를 할애하면서 타인에게 긍정적인 외모 평가를 받기 위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생각해보라. 그러나 지금은 경제적 상황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사람이, 여성뿐 아니라 남성조차 아름다움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고 있다. 바꾸어 말하자면 전 인류가 아름다움에 중독되어 판단하는 자이자 판단되는 자가 되었다는 뜻이다.
아름다운 외모의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가 먼저 바뀌어야 할까, 내가 먼저 바뀌어야 할까?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이 답이 없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나를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변화들은 있었다. 우선 나의 외모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보기로 했다. 나에게는 아직 우상이 있다. 부정하려고 해도 외부에서 주입된 아름다움의 이미지는 분명히 존재하고 지금 내 외모와 많은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따라잡으려고 바보같이 얼마나 애쓰고 고통스러웠던가. 인정하자, 따라갈 수 없어, 따라갈 필요도 없고!
나는 아름답지 않다! 그리고 좀 그래도 괜찮다!
꾸미지 않고 그 이미지와 같지 않아도 아름답다는 말로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면 정말로 그렇게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에 얼굴이 아름답지 않은 게 뭐가 어때서 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좀 그럴 수도 있지. 외모가 곧 능력이고 권력이고 전부로 평가받는 자리에는 가급적 가지 않으려고 했다. 대학생 때 그렇게 좋아했던 클럽을 딱 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춤추고 싶을 때는 이제 이어폰 끼고 방 안에서 조용히 춘다. 내 선곡도 꽤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대신 다른 능력들을 충분히 인정해주고 그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내 외모에 대한 칭찬을 들을 때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나라는 사람이 좀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