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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필맨 Mar 13. 2020

재택 근무를 실험해봤습니다.

자택 훈련 기간 (재택 근무하는 축구선수)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재택 근무하는 회사를 꿈의 직장으로 여긴다. 워라벨이라는 신조어가 생길정도로 삶과 일의 균형을 맞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인데, 재택 근무는 균형을 맞추기 딱 좋은 환경설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완벽한 것은 없다. 재택 근무도 장점만 있게 아니라 단점도 있다.


재택 근무는 출퇴근 시간이 없다. 집이든 카페든 개인 사무실이든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하면된다. 즉 눈치볼 필요 없이 하고 싶은대로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눈치 볼 필요없는 환경이 꿀이 되지만 다른 누군가에는 독이 된다. 독이 되는 이유는 과거에 타인이 짜준 스케줄 안에서 살아왔던 패턴에서 스스로 매일 매일 스케줄을 계획해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에 성과를 가져다주는 게 직원으로서 의무다. 그런데 방심하다가는 일에 집중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지금은 온라인 시대가 아닌가. 재택 근무는 온라인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짙다. 스마트폰, 인터넷은 인간의 관심을 끌어내는데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유혹에 이끌리다가는 꼬인 스케줄로 후회할 수도 있다.

출처 : 네이버

반면 회사에 출근하게 되면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 동료들과 잦은 소통과 피드백으로 업무에 집중하기 용이해진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농땡이를 치거나 업무가 밀려도 퇴근을 하는데 압박감이 덜하다.


위의 경우가 나타나는 이유는 표준화된 사고방식 때문이다. 표준화된 세상에서 교육을 받고, 짜여진 시스템에 따라가는데 익숙해졌기에 표준화된 사고방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재택 근무는 표준화된 사고방식을 버리고 다크호스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다크호스 사고방식이란 토드 로즈와 오기 오가스의 저서 <다크호스>에서 나온 용어이다. 충족감을 추구한 목표를 설정하고 개개인성에 맞는 방법을 생각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 나는 임시 재택 근무 중이다. 임시 재택 근무가 무슨말인지 궁금할테다. 먼저 나의 직업부터 밝히겠다. 나의 직업은 프로축구선수다. 실제로 팀에서 연봉을 받으면서 축구를 업으로 살아가고 있는 8년차 프로 축구선수다. 프로 축구선수가 무슨 재택근무를 하는지 오리무중 할 것이다.


임시 재택 근무를 하는 이유는 코로나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는 K-리그 개막전을 무기한 연기로 내몰았다. 그로 인해 소속팀 천안CityFC는 현재 무기한 휴가 중이다. 천안에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공공기관과 장소는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천안축구센터에서 합숙을 하는 우리 팀은 어쩔 수 없이 무기한 휴가를 줄 수 밖에 없었다.


나의 축구 인생 18년은 합숙생활의 연속이었다. 시즌을 마치고 휴가 때 집에서 운동을 했던 적은 있었다. 그렇지만 휴가라는 무게가 컸고 시즌이 끝났었기에 각잡고 운동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휴가 때와 다른 시점이다. 연기는 되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면 곧 개막전이 열릴 것이다. 아마도 3월 중에는 힘들것 같고 최소 4월에서 길게는 5~6월이 되지 않을까 싶다. 즉 최소 한 달에서 최대 세 달 이상 개인 훈련을 해야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동계훈련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고 온 나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다. 벌어진 일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재택 근무의 의미를 둔 자택 훈련 기간을 설정하였다. 현재 6일 차 재택 훈련 기간을 가졌다. 합숙생활을 했다면 팀에서 만든 스케줄을 따라가면서 그 외의 시간을 활용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운동, 육아, 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스케줄을 직접 짜고 실행하고 있다.


스케줄을 짜고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기본 틀을 잘 잡아둬야한다. 틀은 환경설정이다. 환경설정은 크게 두 개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나는 두개의 간이라고 표현하는데 인간과 공간이다. 먼저 인간은 하루 일과 중 오래동안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 또는 가족과 친구들이 될 수 있다. '맹모삼천지교'와 '친구따라 강남간다'라는 말이 왜 생겨났겠는가. 주변인에 따라 자신의 생각이 변하고 삶이 변하기 때문이다.



현재 나의 상황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은 아내와 아들이다. 아들은 출생 70일 차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제외한다면 아내가 가장 강력한 환경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에게 계획을 설명했다. 우리 부부는 휴가가 아닌 훈련 기간동안 길게 함께 살아본 적이 처음이다. 결혼 후에도 합숙 생활을 했기때문에 주말부부로 살아왔다. 아내는 축구선수의 삶과 태도에 대해 100퍼센트 이해가 안된 상태라는 말이다. 물론 10년 째 나를 만났기 때문에 축구선수가 어떤직업인지 어렴풋이 이해는 했겠지만 말그대로 어렴풋이 아는 정도다. 함께 사는 아내에게 이유를 잘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했다. 이 과정은 아직도 현재 진행중이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아내가 나의 일(축구선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면 재택 근무의 생산성은 뚝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공간이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다면 조기축구팀이나 풋살 팀에 가서 운동량을 채웠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외부인 접촉을 최대한 자제해야하는 시기다. 그래서 이동 범위를 최소화 해야한다. 우리 집에 처남이 쓰는 방이 비어있다. 그 방을 나의 운동과 학습을 병행하는 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바닥에 매트와 폼롤러를 세팅해두었고 침대 위에는 책, 노트북을 세팅해두었다. 이 방에는 운동과 학습할 때 외에는 들어오지 않으면서 공간을 분리하고 있다. 우리 집 아파트 앞에는 초등학교가 있다. 집에서 실내 운동(근력, 코어, 스트레칭)을 하고 운동장으로 나가서 운동을 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해봤다. 기존의 하루일과 패턴대로 데일리 플랜을 시작으로 데일리 리포트로 마무리 했다. 계획과 회고를 통해서 목적지를 향해 잘 가고 있는지, 변경해야할 것들은 있는지 체크를 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기록은 실행력을 높여주고 객관화된 자기검열을 통해 성장을 도모한다.




재택 근무를 일주일 동안해보니까 철저한 자기관리가 되지 않는 다면 독이 될 거라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재택 근무도 개개인성에 따라 편한 사람이 있고 불편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무조건 재택 근무가 최고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자신에게 잘 맞는지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의 전제에는 출생 70일 차 아기 육아라는 위대한 일이 있다. 육아의 체력소모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손웅정 감독님이 손흥민 선수에게 결혼을 은퇴 후에 하라는 의미를 이제야 제대로 파악했다. 특히 팀 훈련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관리해야하는 시점에는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육아에 시간을 더 들여야 하는지, 운동에 포커스를 맞춰서 스케줄을 짜야하는지 고민이 많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와 소통이 중요하다.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 배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출처 : 돌직구쇼

재택 근무의 불편한점은 식사에도 있다. 합숙 생황에서는 시간에 맞춰 내려가서 식사를 하면 되었다. 그러나 재택근무는 스스로 식단을 짜서 먹어야 한다. 운동량에 맞게 양질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대한 고민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해진 식단과 시간을 정해야한다. 나는 육아라는 벽에 막혀 정해진 시간이 아닌 틈 나는 시간에 먹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최대한 고정된 시간에 먹기를 바란다.


일주일을 경험해보니 한계치가 이런거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솔직히 조금 내려놓고 운동도 여유있게 하고 학습도 여유있게 한다면 편하게 지낼 수 있다. 그러나 한계치에 몰아붙여서 재택근무를 하는 이유는 나중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은퇴 후에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을 하고 싶다. 그때를 대비해서 현재의 과정을 이겨내보는 것이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는다면 재택 근무의 장단점 파악과 나에게 맞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기가 어렵다. 지금 이 경험은 데모 버전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 특히 아내와 타협점을 이끌어내는 게 관건이다.

 

자택 훈련 기간으로 명한 재택 근무를 하는 동안 스트레치 존에서 놀면서 한 단계 도약하자.


이 글은 2020년 3월 3일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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