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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필맨 Mar 31. 2020

'보완'보다 '강화'

제 강점은 헤더입니다.

프로 축구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실력'이라는 필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실력이 받춰줘야 운이 작용할 때를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을 벌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K-리그 1,2 신인 선수 등록은 157명이다. 이 중에서 바로 주전급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될까. 몇몇의 선수를 제외하고는 주전은 커녕 엔트리 18명에 들어가는 것도 벅찰 것이다.


신인 선수들은 살아남기 위한 자신만의 전략을 구사해야한다. 전략은 기회 창출을 돕는다. 그러나 기회라는 것이 언제 주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운이 좋으면 1년차에 기회를 받을 수 있고, 운이 나쁘면 3년차에 기회를 받을 수도 있다. 나처럼 말이다. 나는 신인 2년차까지 단 1경기 출장이 전부였다.


출처 : 네이버


신인 선수들은 기다림의 미학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내하는 과정에서 전략은 굉장히 중요하다. 지도자의 눈에 띄기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 첫번째로 되야할 것이 성실함이다. 두 번째는 강점 어필이다.


성실함의 중요성은 다양한 채널에서 귀가 닳도록 들었을테니 패스하겠다. 이 글에서는 두 번째인 강점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은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저 나아지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무결점 스트라이커, 전천후 플레이어, 육각형 스탯으로 불리는 축구선수들이 있다. 그들에게 약점을 찾기란 불가능해보인다. 그들의 전성기가 아닌 시작점을 봐야한다. 처음부터 모든 능력을 갖춘 선수는 없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는 키가 자라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다. 리오넬 메시는 자신의 약점은 과감히 버렸다. 그리고 기술과 축구 이해도를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 즉 강점에 올인한 것이다. 현재 리오넬 메시는 축구의 신이라는 칭호가 전혀 부족함이 없는 선수가 되었다.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에서도 강점을 더 강화하라고 조언한다. 인간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동물이다. 만약 상하구조가 형성된 관계라면 더더욱 그렇다. 지도자와 선수는 전형적인 상하구조다. 아무리 지도자가 편하게 해주더라도 선수는 지도자를 따를 수 밖에 없다. 지도자는 선발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는 지도자의 피드백에 귀기울일 수 밖에 없다. 보편적인 한국 지도자들(한국 문화인 듯하다)은 선수에게 부족한 점에 대해 피드백을 해준다. "이것만 보완하면 더 좋은 선수가 된다." 지도자는 애정을 담아 진심으로 건넨 조언일 것이다.


물론 지도자의 말마따라 약점을 보완한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보편적인 지도자들의 조언은 표준화된 축구선수를 기준으로 건냈을 확률이 높다. 즉 선수의 개개인성은 묻히게 된 것이다.


내가 듣던 조언도 다르지 않았다. 지도자들은 나의 피지컬은 강점이지만 민첩성이 느리고 볼 터치가 투박하다고 평가를 내렸다. 그리고 민첩성 운동과 볼 터치 훈련을 많이 하라고 조언했다. 그 조언들을 주신 지도자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그러나 실제 나의 축구 인생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


프로팀 유소년 출신으로 우선지명을 받아서 운 좋게 K-리거가 되었다. 당시 나이는 25살이었다.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실력이 절대적이었다. 그래서 민첩성 운동, 볼 터치 훈련을 많이 했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그러나 1년차 신인에게 돌아온 평가는 강점이 없다는 것이 었다. 자신만의 강점 하나를 가지고 있어야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모든 능력치를 갖출 필요는 없다. 나는 미련하게 완벽한 선수가 되려고 했었고, 아무것도 아닌 선수가 되었다. 전략을 바꿨다. 


"강점을 강화하라."


타고난 피지컬 (189cm/84kg)을 활용해서 헤더를 강점으로 만들기로 했다. 나는 두 번의 코 수술 이후 키에 비해 헤더를 못하는 선수로 평가 받았다. 대학때까지는 헤더를 특출나게 하지 못하더라도 살아남았다. 그러나 프로무대는 차원이 다른 곳이다. 1년 차 때부터 지금까지 헤더연습을 꾸준히 하면서 강점을 강화하고 있다.


헤더 머신 호날두


그저 헤더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헤더만큼은 김상필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점점 헤더에 대한 자신감이 상승 중이다. 작년에 특히 헤더의 강점이 발현되었다. 그리고 올해 동계훈련 때도 헤더에서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헤더에 대한 자신감 상승은 볼터치에 대한 자신감으로 전이 되면서 경기력 상승을 도왔다.


축구선수의 삶을 살아가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조언을 건낸다. "이것만 보완하면 더 잘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조언을 하고 싶다. "강점을 더 강화하면 더 잘 할 수 있다." 엘리트 코스를 밟는 선수들에게 필요한 피드백은 다를 수도 있다. 상중하로 나눈다면 중하위권 선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내가 중하위권 선수였다. 나는 연령별 대표팀 경험은 한 번도 없고, 프로 인생의 절반은 벤치에 앉았다. 아니 관중석에 앉았다. 그랬던 내가 32살의 나이에도 축구 인생을 걸어가는 중이다.


각 선수의 강점은 다르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서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감추는 전략을 사용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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