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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필맨 Apr 01. 2020

박명수 씨의 말에 동의하지 못합니다.

티끌모아 태산

개그맨 박명수 씨의 어록들은 유명하다. 속담이나 격언을 비틀어서 냉소적인 문장을 만들었다. 그 문장들은 대중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중 하나가 “티끌모아 티끌이다”가 있다. 원래 속담은 “티끌모아 태산”이다. 박명수 씨가 티끌모아 티끌이라고 했던 이유는 노력해도 자신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세상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였다. 과거 학교 공부는 교과서만 암기한다면 좋은 성적을 내기 충분했다. 괜히 서울대 합격자 중에서 "교과서만 공부했어요"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암기란 노력의 시간에 대비해서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는 영역이다. 공부 시간과 시험 결과를 Y축과 X축으로 그래프를 만들면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공부를 많이 하면 할수록 시험 점수가 증가한다는 말이다.


좋은 수능 점수로 명문대학교에 입학한 후에 똑같은 패턴으로 좋은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해서 대기업 또는 전문직에 취업한다. 하루하루 공부시간을 쌓아간다면 높은 연봉과 복지 혜택이 보장된 기업에 도달할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2020년 지금은 학교의 성적이 취업을 보장해주지도 않으며, 취업을 하더라도 적성에 맞지 않아 퇴사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박명수 씨의 말처럼 티끌모아 티끌은 지금 시대에 딱 들어맞는 격언처럼 보이기도 하다.





출처 KBS 해피투게더 3

과연 티끌모아 태산은 이 시대에 부합되지 않는 속담일까. 내 의견은 NO다. 티끌모아 태산은 아직도 유효하며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티끌모아 티끌이라는 말에 많은 공감을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시대는 이제 과거의 역사가 되었다. 선호하는 직업군도 변호사, 의사, 검사, 대기업 등 세상이 정한 성공의 기준에서, 다양한 카테고리의 스타트업, 예술, 스포츠 선수 등 개개인성에 맞는 성공의 기준에 따른 직업을 선호한다. 많은 이들이 수능 시험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다양한 방법을 바라게 되었다.


그런데도 세상은 노력의 시간에 대비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선형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대다수다. 과거 선형적 사고를 가지고 성공한 부모님 세대의 영향을 받았거나, 학교 교육에서 영향을 받아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았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세상은 비선형적으로 성과가 드러나도록 변화하였다. 진짜 실력 있는 사람들은 세상이 정한 표준화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독창성을 가지고 개개인성에 맞는 방법에 따라 오리지널스가 된다.


티끌이라는 표현 자체가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것을 뜻한다. 티끌모아 태산은 노력이 방법에 따라 좌지우지되기도 한다. 그러나 진짜 지속적으로 모았는지도 되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축구선수도 매일 훈련을 하고 경기를 하더라도 정체기가 온다. 특히 프로에 들어선 후에 성장하는 속도는 눈에 띄게 더뎌진다. 어떤 이들은 프로에 오기 전에 실력이 완성되어 오는 것이며 몸 관리에 따라 퍼포먼스를 높이거나 낮춘다고 주장한다.


나도 예전에는 그런 줄 알았다. 타인의 영향력에 휩쓸려서 축구계의 바다에 표류하게 되었다. 그러나 책을 만나고 나서부터 나의 사고방식은 달라졌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퍼포먼스를 증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나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티끌처럼 내 삶의 작은 것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팀 페리스는 작은 변화를 두고 '타이탄의 도구들'이라고 표현했다.




출처 blog x magazine


자신이 원하는 목적에 맞는 선택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축구선수라면 수면, 식단, 휴식, 훈련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에 맞게 끔 환경설정을 해둬야 한다. 자신에 맞는 수면 패턴을 정해서 알람 시간을 설정하고 기상하자마자 명상이나 샤워처럼 몸과 정신을 함께 깨우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작은 변화지만 하루를 활력 넘치게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그 효과는 하루 전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하루하루가 쌓이다 보면 어느새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과거와 다르게 현대에는 초 연결 사회로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기가 쉬워졌다. 실력이 성공에 대한 가능성을 높여주지만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성공을 위해서는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사회에서 발견되지 못한다면 무의미하다. 반대로 실력은 없지만 좋은 네트워크로 성공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도 있다. 실력은 좋은 네트워크에 진입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실력 없이 좋은 네트워크에 접근했다가는 오히려 독이 된다.


목적에 부합된 작은 변화를 쌓아서 실력으로 전환시키고, 그 실력을 기반으로 좋은 네트워크와 연결된다면 비선형적인 형태로 성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비선형적인 형태라고 일컫는 이유는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결과물에 좋은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시점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내가 스승님으로 모시는 체인지 그라운드 의장 신영준 박사님은 멱법칙이라고 자주 표현하신다.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는 전문가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노력의 시간보다 노력의 방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의식적인 노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스트레치 존에 진입해야 한다고 독려한다. 박명수 씨가 말한 티끌은 의식적인 노력이 아니라 '타성의 구간' 속에서 노력이다. 티끌모아 티끌이 되는 이유는 변화된 세상에 따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선형적 형태로 성공을 얻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 정체기에서 오래 머물지 못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는 정체기(슬럼프)를 낙담의 골짜기라고 표현한다. 낙담의 골짜기를 견디지 못하고서는 결코 태산을 만들 수 없다. 길고 지루한 싸움에서 승리하는 자는 버티는 자다.


티끌 모아 태산은 진리다. 다만 그 뜻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티끌만 모으게 될 것이다. 티끌을 태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는 적절한 방법과 끈기라는 것을 기억하라.




출처

메인사진 - MBC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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