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은 시스템 1과 시스템 2를 사용해서 살아간다고 말한다. 두 시스템을 쉽게 풀어보면 시스템 1은 습관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고, 시스템 2는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대게 시스템 1로 살아간다. 그 이유는 인간의 뇌는 효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한 범위. 즉, 안전지대(이하 '컴포트 존')에서 살아가고 싶어 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시스템 2가 작용하게 될 때면 작게라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바로 불안 지대(이하 '스트레치 존')에서 벗어나려고 욕구가 발동되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그렇게 타고났다.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가 진화되어 현재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속담처럼 우리는 컴포트 존을 벗어나 스트레치 존에서 살아갈 때 성장하고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이 진리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생명체가 있는 모든 것들에 통용되는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기업, 개인 모두가 생명이 깃든 유기체와 마찬가지다. 그리고 브랜드 생명을 가지고 있다.
브랜드는 상징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명의 과자 회사를 두고 풀어보자. 우리는 과자를 살 때 A라는 회사의 명, 제품명, 제조과정, 인지도, 맛, 이슈 등을 일일이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떠오른 이미지에 따라 구입하게 될 뿐이다. 그때 떠오르는 상징이 바로 브랜드다. 브랜드 파워는 신뢰를 높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 파워가 높은 제품을 사람들이 구매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브랜드는 고정불변의 법칙에 따라가는 디폴트가 아니다. 생명이 깃든 유기체와 같다. 브랜드를 구축하는 과정은 신생아를 키워내는 과정과도 비슷하다. 사람의 성장 중 가장 공을 들일 때가 신생아 때다. 외부 충격을 최대한 방지하면서 자라날 수 있록 환경을 만들고 육아를 해야 한다. 점점 성장하면서 다양한 자극을 받아가면서 자아가 형성된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많은 않다. 아프고, 인내하고, 불행하고, 슬픈 상황도 겪어 내야 한다. 만약 불안한 상황에 대한 내성이 없는 사람은 훗날 한 번의 큰 충격에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어려운 과정을 잘 이겨낸다면 사회에 잘 적응하는 성인으로 자라날 것이다.
브랜드도 똑같은 순리에 따른다. 우리나라의 1등 기업 삼성도 같은 과정을 겪었다. 지금은 인간으로 치면 마흔의 중년을 보내면서 웬만한 충격에도 브랜드 가치는 끄떡없다. 현재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적인 주가 하락에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내부적인 문제가 아닌 전 세계 모두가 겪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의한 것이기에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삼성은 크고 작은 자극을 포기하지 않고 이겨냈다. 그리고 자본주의 시대에 맞물려 승자효과를 제대로 누리면서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삼성이 처음부터 강력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는 못했다. 숱한 위기에서도 망하지 않으면서 면역력을 길러냈고 IMF, 2008 국제 금융 위기를 극복했다. 잘 될수록 지속적인 R&D 투자와 인재들을 스카우트하면서 성장에 힘을 실었다.
1990년대 초 한국의 대기업들은 ‘세계화’라는 새로운 도전을 맞이한다. 한국의 대표 기업들은 그전까지 자기 상표 없이 OEM으로 물건을 팔거나, 자기 상표를 붙인 경우 저가로 인식되었다.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할 필요가 있었다. 삼성이 첫 스타트를 끊었다.
삼성은 1990년대 초 수십 개의 계열사와 복잡한 사업구조로 인해 기업 이미지는 전혀 체계가 없이 중구난방이었다. 로고도 삼성을 한자로 표기한 것과 해외에서 쓰는 세 개의 별 마크 등 여러 가지가 공존했다. 이들 로고는 시대에 매우 뒤떨어졌으며 다양한 대상에 일관되게 적용하기에도 복잡한 형태였다. 또한, CEO가 이건희로 바뀌면서 ‘제2의 삼성’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었다. 이에 따라 1993년 하나의 삼성으로 통일하는 대대적인 리뉴얼이 단행되었다. 이 작업은 미국의 C I전문회사인 L&M이 맡았다.
글로벌 삼성의 새 로고는 특히 해외에서 주로 IT 브랜드로 인식될 것을 고려해 IT를 상징하는 파란색이 적용되었다. 약간 비대칭의 파란색 타원형을 배경으로 산세리프체로 삼성의 영문자가 들어 있는 형태다. 새 로고로 바꾼 뒤 삼성은 제품의 품질은 물론 디자인 수준을 높였으며,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네온 광고를 하고 올림픽 스폰서가 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인터브랜드가 발표하는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 매년 꾸준히 등수를 높여 소니를 앞지르는 성과를 낳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삼성, 1993 [Samsung, 1993] - L&M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 로고, 김신, 월간 <디자인>)
삼성의 위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각 개인도 브랜드를 꾸준히 가꾸고 나가야 한다. 브랜드는 변할 수 있다는 것부터 명심해야 한다. 삼성은 고 이병철 회장이 세운 삼성상회로 시작해서 무역, 전자, 반도체 등 영역을 확장해 갔다. 퍼스널 브랜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확고한 브랜드를 구축했다면 확장을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 아니면 자신의 브랜드를 더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될 것인지 제네럴리스트(generalist)가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세상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그것도 점점 빠르게 말이다. 퍼스널 브랜딩이란 단어를 차용하여 인생을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타성에 젖은 삶이 아니라 주도성을 갖고 살아가고 싶은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시스템 2를 활용해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자신의 브랜드는 어떤 상태인지 의식적으로 돌아보고 연구해야 한다. 더불어 그에 따른 기획과 실천으로 가치를 높여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이는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를 세상이 인정해 줄 때 새로운 기획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나태함은 브랜드의 생명을 앗아가게 될 거라고 늘 성찰해야 한다.
브랜드는 세상에 빠른 속도로 신뢰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실력이 없다면 앙꼬 없는 찐빵과도 같다. 브랜드와 실력은 겹치는 부분은 있지만 다른 의미다. 중요한 것은 서로 얽혀있다는 것이고 둘 다 고려했을 때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것만은 기억하자.
브랜드는 생명이다.
어떻게 브랜드를 다룰지 윤곽이 그려질 것이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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