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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필맨 Mar 20. 2020

의도적인 파울

단점을 감추기 위한 전략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운동장 섭외가 힘들다. 그래서 훈련할 곳이 마땅치 않다. 이런 상황 가운데 돔구장 이용은 한 줄기 빛이다. 아산에 위치한 돔구장을 지난주에 이어서 오늘도 이용했다. 필드에서 공을 찰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만끽했다.


개막은 적어도 한 달 이상은 남았다. 굳이 운동 강도를 높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가볍게 볼 돌리기를 하고, 네 팀으로 나눠서 풋살을 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이다. 즉 진지함보다 재미에 무게를 둔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하자 재미는 사라지고 진지함만 남았다.


치열했다. 태클, 몸싸움, 헤더 경합이 난무했다. 그러던 와중 한 선수가 사이드에서 1 대 1상황이 벌어졌다. 공간에 공을 쳐놓고 빠져나가려는 게 아닌가. 이미 공은 지나갔고 상대 선수도 지나가려는 찰나였다.


쾅! 삐빅~! 파울!


나는 나를 지나가려는 상대 선수를 의도적으로 막았다. 본능이었다. 나의 단점을 감추기 위한 본능. 민첩성이 떨어지는 게 나의 단점이다. 경기 중 상대 공격수들이 나의 단점을 알고 공략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를 대비해서 상대 공격이 공간에 볼을 쳐 놓고 뛸 때면 강하게 부딪힌다. 위협을 주는 것이다. 내 앞을 지나가려면 이 정도는 각오하라고!


기싸움 중인 구자철과 리베리


일종의 기싸움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 상대 공격수는 나를 피해 다닌다. 1부 리그에서도 통했었다. 나의 단점을 감추기 위한 전략이다. 스피드로 승부하다가는 상대 뒤꽁무니만 쫓아가는 꼴사나운 모습만 보일뿐이다. 자칫 나의 가치만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상대 뒷발을 걷어차지는 않는다. 몸으로 강하게 부딪힐 뿐이다. 그럴 경우 상대가 나뒹굴 뿐 다치지는 않는다. 심리적인 위축을 조장할 뿐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나의 강점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나의 강점 중 하나가 강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몸싸움이다. 나의 강점을 드러내고 단점을 감추는 일석이조의 전략!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 부딪힌 상대는 룸메이트였다. 더군다나 나의 무릎에 허벅지를 박아버렸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꽤나 고통스럽다. 선수들은 '시끈이'라고 부른다.


절룩거리며 훈련을 마친 룸메이트에게 미안했다. 사과를 했다. "룸메이트는 훈련 중에 그럴 수 있죠"라고 쿨하게 받아줬다. 당시의 나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저 단점을 감추기 위한 본능적인 반응이었을 뿐이다. 악의는 없었다.





출처

메인사진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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