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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필맨 Mar 24. 2020

잘 달리고 싶다면 달려라.

특이성의 원칙

오늘도 어김없이 서킷 트레이닝을 했다. 총 12 종목을 30초씩 2세트를 하게 되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한 종목마다 최대치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1세트를 마치고 호흡을 고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시원한 공기로 호흡을 고르는 중에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타이거 마스크로 유명한 2002년 월드컵의 주역 김태영 선수였다. 그는 현재 나의 팀 감독님이시다. 


천안CityFC 김태영 감독님

감독님께서는 잠깐의 틈을 타서 점프 훈련의 중요성을 알려주셨다. 점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점프 훈련을 자주 했다고 했다. 실제로 점프력도 좋아지지만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고 하셨다. 나에게 한 번 해보라고 권유하셨다. 리그에서 넘버원 헤더가 될 수 있다는 덕담과 함께 말이다.


감사하다. 감독님의 조언은 나에게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 상황에는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점프 훈련을 자주 하고 있다. 그리고 헤더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운동 종료 후 후배와 헤더 연습을 하고 있다. 


나의 강점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다. 점프만 하는 게 아닌 공을 맞추는 헤더 연습에 더 주안점을 둔다. 감독님의 조언과는 조금 엇나간 방법이다. 바로 특이성의 원칙 때문이다.


특이성의 원칙 (Principle of Specificity)에 의하면 특정한 능력을 훈련/발전시키려면 결국 그 특정한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논문에서는 메타분석 (수년간에 걸쳐 축적된 연구 논문들을 요약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통해 거리 별 스피드 발달에 어떤 훈련이 가장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았다. 이 논문에 의하면 스프린트 훈련, 근력운동, 파워 훈련, 플라이오메트릭 훈련 등을 비교하였을 때, 결국 스프린트 훈련 종류들이 모든 거리에서 가장 효과가 좋았다고 한다 (3). 그렇기에 잘 구성된 스프린트 훈련을 통해 스피드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s://m.blog.naver.com/sanger87/221523128311


달리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근력운동과 스트레칭(유연성)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달리기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맥락에 따라 헤더를 잘하기 위해서는 헤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과 같다. 물론 점프 훈련은 높은 점프력을 상승시켜준다. 헤더를 잘하기 위해서는 헤더를 하면서 점프를 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일 뿐이다. 


출처 스포츠조선

감독님께서 몸소 얻은 노하우는 분명한 사실이다. 헤더를 잘하기 위해서 헤더 연습을 더 많이 할 뿐이지, 점프 훈련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외에 슈팅, 드리블, 패스도 마찬가지다. 슈팅을 잘하기 위해서 발목 강화 운동을 하는 것보다 슈팅 훈련을 하는 게 더 현명하다. 발목 강화 훈련과 병행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이성의 원칙은 운동 능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뇌 능력도 마찬가지다. 이를 다른 말로 '뇌의 가소성'(plasticity)이라고 한다. 뇌의 가소성을 경험한 사람이 바로 '나'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축구선수로 살아왔다. 엘리트 스포츠인들은 책과 가까워지기 어려운 환경이었고, 나 또한 그랬다. 그러던 중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당연히 처음에는 잘 읽히지가 않아서 몇 번 이나 다시 읽었다. 당시 나의 의지는 최고조였기에 가능했다. 읽어도 기억이 나지 않았던 내가 현재는 독서모임의 리더를 맡으면서 다양한 공간에서 책 내용을 전달할 정도로 실력이 향상되었다. 그리고 한 달에 10권은 거뜬히 읽는다. 


책을 읽지 못하는 뇌에서 책을 읽는 뇌로 변화된 것이다. 헤더를 잘하기 위해서는 헤더를 많이 하고, 독서를 잘하기 위해서는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 무언가 잘하고 싶다면 무언가를 해라. 두뇌와 신체는 반복된 무언가에 따라 재구조화될 것이다. 그리고 반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감독님 같은 분의 피드백(응원)이 필요하다. 


감사합니다. 김태영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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