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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필맨 Apr 07. 2020

합숙 생활이 좋은 이유

축구 선수 생활을 무려 18년간 이어가고 있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나는 매년 합숙 생활을 했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엘리트 축구부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합숙생활을 한 번쯤은 했을 것이다. 축구팀은 당연히 단합을 위해서 합숙을 해야 하는 게 문화적 흐름이었다. 


많은 선수들이 합숙 생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군대도 아닌 곳에서 강력한 제재가 가해지다 보니 억압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성인 팀 선수들은 더욱더 답답함을 느낀다. 팀 성적에 따라 외박이 잘리거나, 외출을 제한받는다. 그렇게 되면 미리 잡아둔 약속을 부득이하게 취소할 수밖에 없다. 축구선수 여자 친구들이 힘든 이유 중 하나다. 억압 외에도 잘못된 똥 군기 문화가 형성되어서 기합 또는 구타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지금은 그런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합숙 생활이 편하다. 그저 늘 해왔기 때문이지는 않는다. 합숙 생활을 위해서는 숙소와 식당 시설을 갖춰야 한다. 숙소와 식당이 붙어있거나 근거리에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즉 밥 먹을 시간이 되면 식당에 가서 편하게 먹고 방으로 다시 돌아온다. 출퇴근을 하게 되면 하루 중 이동시간이 부여된다. 그리고 매달 월세도 부가되는데 적어도 30만 원 이상 지출은 불가피하게 된다. 그리고 식비도 만만치 않다. 오전에 운동의 없을 때는 아침은 집에서 해결하고, 오후에 운동이 없을 때는 저녁은 집에서 해결한다. 이 또한 고정지출로 포함되면서 한 달 생활비는 증가하게 된다. 




나는 기혼자이기 때문에 출퇴근이 가능하다. 그러나 거주지와 숙소의 거리는 80km 차이가 난다. 차를 타고 이동하게 되면 매일 왕복 2시간 30분을 차에서 보내야 한다. 주유비, 톨게이트비까지 계산하면 매일 35000원 이상을 쓰게 된다. 나의 아내는 냉정하게 주말에만 집에 오라고 했다. 


자기 계발에 대한 욕구 높은 사람으로서 잉여시간의 확장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나는 합숙생활을 좋아한다. 18년 간 해왔기에 나가서 살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비합리적인 선택이다. 돈과 시간이 더블로 들어가는 선택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현재 룸메이트와 궁합도 좋고, 방 구조도 마음에 든다. 숙소가 시내에 위치해있기에 답답할 때면 걸어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나의 생각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이다. 자유를 더 갈망하는 선수에게는 출퇴근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현재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잘 사용해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독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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