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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필맨 Apr 07. 2020

열정을 되살린 비법

독서하는 축구선수

2018년 3월은 내가 다시 태어난 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유는 책을 만났기 때문이다. 책을 만나게 된 배경은 이렇다. 서른이 된 군복무 중인 비주전 축구선수는 많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전 소속팀의 해체로 FA선수(자유계약)가 되면서 돌아갈 팀도 없었고, 그해의 12월에는 결혼식이 잡혀 있었다.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감은 축구에 대한 열정을 사라지게 만들정도였다. 동계훈련 기간을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지도자들의 선택 순위에는 한참밀렸으니 그 정도가 더 심했던 것 같다. 동계를 마치고 경찰대학(부대)로 돌아오니 삶의 낙을 잃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위의 배경은 결혼식을 앞둔 예비 가장의 책임감을 채울 무언가가 필요하게 만들었다. 그 무언가는 책이었고 도서관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라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경찰대학 내의 도서관에서는 한 번에 다섯권의 책을 대여할 수 가 있었고 반납기간은 3주였다. 국방부 시계는 흘러간다는 생각으로 뭐라도 얻어가자는 심정이 가장 컸다. 소설, 자기 계발서, 에세이 가릴 것 없이 읽었다. 책을 읽다보니 있어보이는 것 같고, 남들보다 똑똑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군대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다는 말이 축구선수에게도 통용되는 것을 직접 겪었다.


그러나 책을 안 읽던 사람이 읽으려고 하니 책을 읽는 속도가 너무 느렸고, 책을 읽을 때는 좋았는데 읽고나서 기억나는 것이 없어지자 허무함이 밀려왔다. 그때 눈에 든 책이 바로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였다. 잠깐 훓어보니 소설 형식의 독서법 자기 계발서였다. 독서법을 익히면 책도 빨리 읽어서 많이 읽을 수 있을거라 기대했고, 장기 기억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홍대리가 독서 천재가 된 비법은 아웃풋이었다. 읽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쓰고 말하기까지 이어졌다. 성장 욕구가 뿜뿜했던 시기였기에 독서 후 서평을 제대로 써야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그리고 부대 내에 독서모임을 만들어서 말하기와 듣기까지 병행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나는 독서의 매료에 흠뻑취했었다. 아마도 막막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던 마음이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독서는 당시의 나에게는 도피처로 딱이었다. 어차피 국방부의 시간은 흘러갔을테니 말이다.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는 시작에 불과했다. 나는 그후부터 독서법 책과 글쓰기 책 위주로 읽기 시작한다. 두 카테고리 책을 합친다면 50권은 족히 넘을 것이다. 독서법 책에서는 독서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동기부여를 받고 나도 그들처럼 해보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래서 더더욱 제대로 된 아웃풋 독서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그렇게 두달을 보내는 시점이 지나자 나의 사고방식은 바뀌었다. 바로 성장형 사고방식으로 말이다. 떨어졌던 자존감은 회복을 넘어서 떨어지기 전보다 높아졌다. 내가 얼마나 나약하고 부족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되었고 굳이 완벽한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명언은 나의 사고방식을 전환하게 만들었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면서 내일이 바뀌길 바라는 것은 미친짓이다."


나는 막말로 미친x이었다. 매일 똑같이 훈련하고 노력하면서 나의 현실이 긍정적으로 변화되길 바랬었다. 김상필이라는 사람에게 필요한 방법을 찾아서 노력했어야 했는데, 성공한 사람들의 방법을 나한테 가져다 쓰기만 했었다. 이 생각은 축구에 대한 나의 태도와 방법을 성찰하게 했다. 5월 즈음에 777프로젝트를 기획했다. 7월 7일 오후 7시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안산그리너스 경기를 출장하겠다는 목표를 잡은 것이다. 프로젝트를 세우고 경기 일정에 맞춰 새로운 방법으로 노력하기 시작했다. 즉, 독서를 통해서 꺼진 축구에 대한 열정도 되살리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러니 내가 독서에 눈이 돌아기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777프로젝트 경기 날


같은 부대의 육상부 선수들에게 코칭을 받고, 포지션 변경(수비수에서 공격수)이라는 회심의 수를 두게 되었다. 결국 나는 777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정학하게 말하면 절반의 성공이다. 경기를 뛰었지만 2분가량 교체출전이었다. 원래는 선발 출장이 목표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2분의 출장 시간은 두 달이 넘는 노력에 대해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조언이 성공했다는 것은 앞으로 책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로 점점 발전할 나날이 다가온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2018년 3월에 열정이 사라져서 낙담에 빠졌던 축구선수는 2분의 기적이 발단이 되어 2년이 흐른 2020년 2월에는 여전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독서모임을 하면서 축구선수의 삶을 살고 있다. 그 어느때보다 열정적으로.


책은 내게 생각의 전환을 이끌어낸 은인이다. 그 생각의 전환은 행동의 변화를 이끌었고 그 행동이 쌓여서 습관이 되었다. 습관은 나의 인격과 가치관을 바꾸게 했고 인격은 낙담으로 축구화를 벗을 수도 있는 상황을 지금까지 현역 선수생활로 이어지게 운명을 바꿨다.


책을 읽는 다고 운명이 바뀌지는 않는다. 책을 읽어서 생각이 바뀌어야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이 사실을 죽을 때까지 기억해서 부족함을 인정하는 배움의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자. 그렇다면 나의 운명은 내가 원하는 쪽에 다다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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