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하는 사람은 당하지 못한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당연 리오넬 메시를 꼽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답을 정하는데 고민거리를 준 선수가 있다. 노쇼의 대명사가 된 ‘호날(강)두’다. 현재 날ㄱ... 아니 호날두의 폼이 많이 떨어졌다고 해도 메시보다 두 살 많은 것을 감안한다면 결코 부족한 선수는 아니다. 다만 그의 닉네임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짙게 스며드는 바람에 세계 최고의 선수 후보에는 끼워주지 않을 뿐이다.
나도 호날두의 행보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질문의 답은 호날두에게 던져주고 싶다. 현재 나는 호날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인정'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음을 일러둔다.
호날두를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인정하는 이유는 '노력의 무게' 때문이다. 메시도 분명 두말하면 입 아픈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그러나 노력이라는 잣대를 둔다면 천재형 선수에 가깝다. 메시와 함께 했던 지도자, 선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메시는 다른 선수들보다 평균 이하의 훈련 시간을 부여한다고 한다. 반면 호날두는 클럽하우스에 가장 먼저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이자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선수 경력을 쌓은 카를로스 테베즈는 두 선수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한 번은 팀 훈련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했는데 호날두가 있었다. 다음날에는 1시간 반, 그다음에는 2시간을 일찍 갔지만 호날두는 먼저 도착해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반면 메시의 훈련량은 다른 선수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는 테베즈의 증언 이 외에도 두 선수의 노력에 대해 많이 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다른 증언들에서도 일맥상통한 맥락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 나는 천재형 선수보다 노력으로 만들어진 선수를 더 좋아한다. 물론 호날두도 타고난 실력이 있었다. 타고난 실력이 있음에도 그는 만족을 모르는 사람처럼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갔다. 남들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노력으로 말이다. 인성 또한 노력(?)을 했으면 아쉬운 점은 있으나 그가 했던 노력의 결실에 대해서는 우러러본다.
그렇다면 호날두는 어떻게 훈련양을 유지하면서 최고의 몸상태를 만들 수 있었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해 최근 빡독x축구선수에서 했던 웅 이사님의 강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답부터 말하자면 ‘화이트 모먼트’다. 화이트 모먼트란 불교에서는 ‘무아지경’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몰입’이라는 단어에 더 익숙하다. 화이트 모먼트는 말 그대로 하얀 순간이다. 외부 요인에 집중력을 잃지 않고 유지할 때 이뤄진다.
축구를 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축구만 하는 것이다.
- 손흥민 -
얼마 전 프리미어리그 번리전에서 푸스카스 상(가장 멋진 골을 넣은 선수에게 주어진 상)을 받을 만한 골을 터트린 손흥민 선수 또란 화이트 모먼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에서 밝혔다. 그는 시즌 중에 축구 퍼포먼스를 유지하기 위한 생각과 행동만 한다고 했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님은 지금도 매일 손흥민 선수의 방을 두 시간 동안 청소를 한다. 혹시나 모를 질병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외에도 빨래, 설거지 등 집안일은 일체 시키지 않는다. 무엇을 먹어야 하며, 얼마나 자야 하며, 어떻게 훈련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훈련하고 노력한 결과로 지금의 손흥민 선수가 되었다. 손흥민 선수는 시즌 중 자신의 삶이 수도승과 같은 삶이라고 말을 했다. 수도승은 최소한의 것만 하면서 자긴의 내면을 갈고닦는 사람들이 아닌가?
손흥민 선수는 오로지 축구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낸 것이다.
과거 우리 형이 었던 호날두 또한 축구에 대해 몰입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영양사, 요리사, 비서, 마사지사, 운전기사 등 온전히 축구에 전념하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해뒀다.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였던 페트릭 에브라는 과거 호날두 집에 초대받았던 일화를 풀어냈다. 오전에 훈련을 마치고 점심을 먹는데 샐러드, 양념되지 않은 닭고기, 물뿐이었다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볼 가지고 투 터치 게임을 한 후 수영과 사우나까지 했다. 에브라는 호날두에게 혹시 내일 경기가 잡혔는지 물었다.
날강ㄷ 아니... 입에 배었다... 호날두를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인정하고 싶은 이유는 현재의 퍼포먼스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서 기인한다. 내가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더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는 ‘나’ 때문이다. 엘리트 축구를 시작하자마자 대한민국에 축구 잘하는 선수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네에서 공 좀 찬다고 헛바람이 들었던 것을 뼈 절이게 배웠다.
나는 뼈 절인만큼 노력해야 축구선수의 삶을 연장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노력의 양으로 승부하다 보니 결국 31살이 넘도록 축구공을 차고 있다. 호날두나 손흥민 선수처럼 월드클래스 또는 국가대표 선수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나의 부족한 재능으로 여기까지 온 것은 노력의 양이 받쳐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화이트 모먼트'를 유지하지 못했던 나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반성한다. 선수로서 성장의 폭을 넓힐 수 있을거란 아쉬움 때문이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 32살이 된다. 얼마나 더 축구화를 신고 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남은 기간 동안에는 '화이트 모먼트'를 유지하려고 한다.
농구계의 살아있는 전설 르브론 제임스는 3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퍼포먼스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연간 15억을 자신의 몸을 위해 쓴다고 한다. 물론 내게는 르브론 제임스나, 호날두, 손흥민 선수처럼 재력을 갖추고 있지는 못한다. 하지만 돈을 쓰지 않더라도 '화이트 모먼트'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
8시간 이상의 질 높은 수면시간 확보
- 스마트폰을 멀리하라
퍼포먼스 전환에 유익한 음식 섭취
- 불량식품, 페스트 푸드, 튀김류, 술만 먹지 않아도 크게 도움이 됨
성장욕구가 높은 사람들과 인간관계
-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을 명심하라
위의 세 가지만 지켜도 '화이트 모먼트'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손흥민 선수는 자신의 삶이 수도승의 삶이라고 했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내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인정하는 호날두 또한 절제력을 갖고 자신의 만들어왔다. 다만 너무 축구만 생각하다 보니 다른 쪽에는 절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기부도 많이 하고 자선활동도 많이 하는 선수인데 '노쇼'와 '세금' 그리고 '여자'라는 키워드로 인정만 받고 존경을 받지 못하는 선수로 전락해버렸다.
그래도 축구에 대한 노력만큼은 인정하고 본받아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의 축구에 대한 노력만 본받아라. (메시에게 배울 수 있는건 그의 헤어스타일 뿐이다. 넘사벽이라 배울 수가 없다. 그냥 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