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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필맨 Apr 23. 2020

축구선수가 패닉 되는 이유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난 4월 19일 이후 종료되었습니다. 5월 5일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설정되었지만 연장되지 않았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소식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서 체육시설 사용이 제제되면서 스포츠계는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저의 소속팀은 천안시에서 운영한 시민구단이기에 팀 훈련장으로 사용하는 천안축구센터 축구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축구장을 눈 앞에 두고도 원정 훈련을 다녀오는 수고를 할 수밖에 없었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오늘부터 천안축구센터에서 훈련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날을 얼마나 학수고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훈련 목적은 경기 감각입니다. 9명씩 세 팀으로 나눠서 3파전으로 경기를 했습니다. 경기 규격은 그만큼 줄었죠.


경기를 하는 중에 같은 팀 신인 선수가 실수를 한 번하더니 멘탈 붕괴되었습니다. 그 선수가 멘탈 붕괴된 이유는 '욕심'에 있습니다. 같은 포지션에 위치한 선수보다 더 잘하려는 생각이 오히려 족쇄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축구는 실수를 줄이는 스포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둥근 공을 뇌와 가장 먼 발의 감각으로 플레이해야 하기에 실수가 벌어질 수밖에 없죠.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메시도 경기당 실수를 1~2번은 합니다.


신인선수는 실수에 대한 잡념이 경기에 집중력을 방해했고 그 후로도 계속 실수를 반복하게 된 것이죠. 실수가 실수를 부르는 악순환에 놓이게 되면서 결국 오늘의 훈련을 망치게 됩니다.


저도 과거에 그랬던 경험이 있었기에 신인 선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대학교 시절에는 고학년이었으니 실수에 대한 부담감도 적었을 테고 자연스럽게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성인 팀에 막 들어온 신인선수는 적게는 1년 많게는 15년 이상의 차이가 나는 형들과 뛰려고 하니 위축되고 실수할까 봐 불안하게 됩니다. 그리고 형들은 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실력도 있으니 팀 훈려 시 상대할 때 버거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위의 모든 이유가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형들도 신인의 시절을 보냈고 극복했기 때문에 계속 축구를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무엇보다 멘탈은 실력을 인정받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실수에 겁먹어서 제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선수를 좋아하는 지도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수하더라도 당당히 제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좋아합니다.


저는 3파전 중 쉬는 타임에 신인선수에게 조언을 건넸습니다.


"남은 경기에는 말을 많이 해봐. 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말을 많이 하면 좋아질 거야"


제 조언을 듣고 신인선수는 말을 많이 했을까요? 당연히 아니었죠. 제가 말을 많이 하라고 했던 이유는 잡념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과거의 실수가 족쇄가 되어서 현재에 집중을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말을 하게 되면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잡념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롭게 될 수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신인선수는 자기 나름 말 수를 늘렸다고 했지만 제 기준에는 아니었죠. 잡념을 사라질 정도면 거의 쉬지 않고 말을 해야 하는데 뜨문뜨문 말을 한 것입니다.


훈련이 끝나고 신인선수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역시나 욕심이 화를 불렀습니다. 완벽한 모습을 지도자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을 하다 보니 오히려 족쇄가 된 것이었습니다. '경쟁 포지션 선수 중에서 1등이 되어야 한다', 'U-23세 선수 중에 최고가 되어야 한다'라는 목표를 둔 겁니다. 누군가는 좋은 목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서 실패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신인 선수가 목표를 두기에는 부적합합니다.


누군가와 경쟁을 하지 말고 현재에 집중해라.


저는 위의 문장을 조언으로 건네면서 말을 덧 붙였습니다. 프로 무대는 멘탈이 강한 사람이 오래 살아남는 곳입니다. 팀에는 25명 이상이 선수가 있고 선발로 뛸 수 있는 선수는 11명뿐입니다. 즉 14명의 선수가 경기를 뛰지 못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말이죠.


축구 인생을 걷다 보면 부상, 지도자와 궁합, 컨디션 난조 등으로 경기 출장을 못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때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선수가 살아남게 되죠. 포기하는 선수는 자신의 불안한 감정을 회피하기 위해 겉돌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축구선수는 누구보다 잘하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게 상책입니다. 그 생각은 욕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인선수가 제 조언으로 한 번에 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저도 한 번에 바뀌지 못했으니까요. 다만 자신의 멘털 붕괴가 욕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기를 바랐습니다. 공황장애도 공황장애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는 것부터 치료를 시작하듯이 말이죠. 우리 감정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 존재합니다. 자극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만 감정을 마주하게 되면 내가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내서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메인사진 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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