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축구선수 이야기
우리는 점점 취업이 어려운 시대 살고 있습니다. 요즘은 서류합격도 어렵다고 합니다. 어찌저찌해서 겨우 서류심사를 통과하면 면접의 기회를 얻게 됩니다. 면접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합니다.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어떤 지원자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 장기자랑을 한다고 합니다. 성대 모사, 노래, 춤 심지어 탬버린까지 흔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면접에 대한 간절함이 드러난 단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면접의 기회를 부여받은 것은 기쁘지만 면접의 분위기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 앞에 서는 기분은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혹여나 실수를 하지 않을까 조바심도 생기죠. 그리고 면접은 경쟁입니다. 지원자 중에서 소수만이 선택받기 때문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습니다. 즉 그 누구도 면접을 달가워하지 않을 거란 말입니다.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을 면접을 매일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접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단체 스포츠 종목 중에서 교체 시스템을 갖춰서 주전과 후보를 가르는 스포츠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직업이 축구선수이기에 면접을 매일 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도자는 선수를 평가할 때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인성, 실력, 태도, 과거의 언행, 커리어 이력 등이 될 수 있습니다. 몸값이 비싼 선수가 주전 선수로 뛸 확률이 높은 이유도 위의 평가 목록에 따라 몸값이 책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원한 1등은 없지 않습니까. 몸값은 과거에 대한 평가이지 현재의 평가가 아닙니다. 몸값이 2400만 원 선수라도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단 가치를 인정받았을 때 가능합니다.
그 가치를 인정받는 무대가 바로 훈련장입니다. 그리고 그 가치의 평가는 지도자가 내리죠. 몸값의 스펙트럼에 상관없이 모든 선수에게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훈련 때 보여주는 퍼포먼스 및 태도에 따라 지도자는 선발 명단을 구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는 매 훈련 때마다 면접을 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각 팀의 포지션마다 경쟁 선수는 적어도 3명 이상 구성되어있습니다. 멀티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까지 감안한다면 경쟁 범위는 더 넓어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은 훈련 때 긴장을 하고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신인선수들이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고등학교, 대학교에서는 고학년으로서 주전 경쟁에 대한 부담감 없이 축구를 했을 텐데 프로팀에서는 매 훈련 때마다 경쟁의식을 가지고 최고의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죠.
실수 하나하나에 의미부여를 두면서 점점 의기소침해집니다. 경험이 많은 선수일수록 경쟁 분위기에서도 평정심을 가지고 훈련에 임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경험이 많다고 해서 경쟁의식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선발 명단에 따라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까요.
저는 아산 무궁화에 소속되어있을 때 후보선수였습니다. 매주 경기 전날 18명 엔트리 명단을 게시판에 붙입니다. 1년 9개월 기간 중 명단에 든 경우는 7번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당시 제 나이는 30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매 훈련 최선을 다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면접 탈락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취미활동입니다.
포그바는 무에타이, 즐라탄은 태권도, 체흐는 드럼, 박지성은 피아노를 취미로 두고 있습니다. 그들이 축구 외에 취미를 두는 이유는 바로 축구와 삶의 경계선을 두기 위해서입니다. 축구선수는 매 훈련 면접을 치른다고 했습니다. 면접을 잘 치르는 날도 있겠지만 아닌 날도 있을 겁니다. 매일 훈련하고 경기에 뛰어야 하는 선수들에게 리프레쉬는 필수입니다. 리프레쉬 도구를 취미로 사용하는 것이죠.
저의 취미는 독서와 글쓰기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위기를 기회를 바꾼 사람들의 스토리에 위로를 얻고, 글을 쓰면서 제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독서와 글쓰기가 맞았습니다. 제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 맞는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포그바, 즐라탄, 체흐, 박지성은 개인 취향의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 리프레쉬를 했으니까요.
취미생활은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도 하나의 취미 생활이 될 수 있습니다. 단 게임은 중독성이 강해서 본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일의 경계선을 넘지 않는 다면 게임도 좋은 취미가 될 수 있습니다.
취미 생활의 궁극적인 목적은 일에서 얻은 감정을 직장에 두고 오는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히면서 이 글을 마쳐보겠습니다. 당신의 삶의 질을 높여줄 취미를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메인사진 출처 - 천안시축구단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