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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필맨 May 24. 2020

두 골을 넣었습니다.

8년 차 프로축구선수인 저는 얼마 전 생에 첫 개막전을 치렀습니다. 굉장히 행복했습니다. 더군다나 승리까지 거뒀으니 입이 귀에 걸릴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 기분은 딱 다음 훈련 전까지 였습니다. 만약 훈련 중에 컨디션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면 다음 경기 선발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퍼포먼스를 위해 하루를 설계하고 실행하기를 매일 같이 반복해야 합니다.




오늘(5월 23일 토) 오후 3시 창원시청과 원정경기에 맞춰서 한 주동안 퍼포먼스를 위해 살아왔습니다. 다행히 두 경기 연속 선발을 할 수 있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전초전에 불과한 소식입니다. 이 글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는 오늘 무려 두 골을 넣었습니다.


출처 : https://www.instagram.com/cheonancityfc


경기 시작 23초 만에 선취골, 전반전 추가시간 2분에 역전골까지 멀티골을 작렬시켰습니다.


멀티골도 개막전과 마찬가지로 생애 첫 경험입니다. 올해 내내 열심히 준비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경기 결과는 3대 3 무승부로 마쳤습니다. 창원시청도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난타전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올해 골 목표를 7골로 잡았습니다. 리그 22경기에서 3경기당 1 득점을 한다면 가능한 목표입니다. 이는 결코 쉬운 기록이 아닙니다. 제가 모든 경기를 출장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작년 내셔널리그가 28경기를 치렀는데도 불구하고 7 득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5명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저는 전반전 도중 3백을 전환해서 수비수로 전환하기 때문에 공격 찬스를 맞이할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두 번째 득점도 수비수로 전환 후 코너킥 상황에 공격 가담을 했을 때 기회를 맞이한 것입니다.


즉 오늘은 공격수로 한 골, 수비수로 한 골을 넣은 셈입니다. 아무튼 멀티골을 넣었고 저는 굉장히 기분이 좋습니다. 다음 경기에도 골을 넣어서 승리에 일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출처 : https://www.instagram.com/cheonancityfc


멀티골로 고취된 저의 즐거움은 만끽하되 저의 퍼포먼스를 위한 루틴은 그대로 유지할 것입니다. 수면, 식습관, 기분전환을 중심으로 퍼포먼스의 마지노선을 높이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할 것입니다.


오늘 저처럼 골을 넣어서 기분이 좋거나, 반대로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서 기분을 망친 선수들은 감정에 휩쓸려서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해야 할 일들은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는 것이죠. 그런데 자신의 고취된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또는 잊어버리기 위해 주(술)님을 부르는 선수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도 작년까지 그랬던 선수 중 한 명입니다.




긍정적 감정이든 부정적 감정이든 고조된 감정은 우리의 의지력을 저해시킵니다. 당신이 축구선수 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중이라면 감정과 행동을 분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조건 해야 할 일은 실행해야 합니다. 감정은 에너지입니다. 부정적 감정에 휩쌓을 때면 만사가 귀찮고 하기 싫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고비를 넘기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술 약속을 잡지 않고 침대에 일찍 눕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감히 짐작하건대 오늘 밤에도 기분이 좋아서 또는 좋지 않아서 술잔을 기울이는 선수는 존재할 것입니다. 술을 마신다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기에 존중합니다. 하지만 퍼포먼스를 연구하는 축구선수인 저로써는 말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출처 : https://www.instagram.com/cheonancityfc




비단 술뿐만이 아닙니다. 다시 한 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흐트러지지 않고 퍼포먼스를 위해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해야 합니다. 저는 멀티골로 고취된 기분 좋은 감정은 만끽하되, 그 감정을 에너지 삼아서 해야 할 일을 해나겠습니다. 아무리 잘 준비해도 다음 경기의 퍼포먼스는 보장할 수 없습니다. 오늘의 멀티골도 운이 작용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다만 준비과정은 그 운을 잡을 확률을 높여준다는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저는 다시 한 주간 득점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하겠습니다.


축구에 집중할 수 있게 남편 없이 육아를 하고 있는 아내와 육아하느라 병원신세까지 지신 장모님께 오늘의 영광을 돌리면서 글을 마칩니다. 늘 저를 응원해주신 지인들과 팬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메인사진

- 출처 : https://www.instagram.com/cheonancity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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