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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필맨 May 24. 2020

축구선수가 가장 집중해야 할 때

볼 돌리기

대한민국 축구팀들의 훈련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무엇일까. 워밍업과 정리운동을 제외하고 독보적으로 많이 하는 훈련 프로그램이 있다. 축구선수들이라면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5대 2 돌리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줄임말을 좋아한다. 5대 2 볼 돌리기도 5대 2로만 부른다. 5대 2가 무엇일까.


7~8M 간격을 두고 정사각형 박스를 만든다. 꼭짓점에는 마크를 세운다. 그 공간에서 공격수가 다섯 명, 수비수를 두 명으로 나누고 원터치 패스로 돌린다. 수비수는 터치만 해도 수비에 성공하고 뺏긴 공격수와 공수를 바꾼다. 그라운드 패스는 마크로 만든 박스 안 공간에서만 가능하고 공중 볼은 박스 밖에서도 할 수 있다.


5대 2를 했을 때는 패스 숫자가 21개 돌아가면 수비수는 페널티 점수를 받는다. 페널티 점수를 관왕을 붙여서 부르는데, 1개를 돌아가면 1관왕, 2개를 돌아가면 2관왕이라고 한다. 이 룰은 팀마다 약간씩 다르다. 공이 마크에 맞으면 아웃 판정이 되거나 가랑이 사이로 패스가 들어가면 패스 숫자가 10이 늘어난다. 예를 들어 5개에 가랑이 사이로 패스가 들어가면 바로 15개로 넘어가는 것이다.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는 것을 알 먹었다고 하는데, 알 먹은 상태로 돌아가면 관왕 숫자가 1개 더 늘어난다.


대부분 팀들은 21개 돌리기를 한다면 20개에 독박이라는 룰을 적용해서 20개에 뺏긴 공격수는 1관왕 페널티를 받는다. 21개 이후부터는 10개 단위로 1관왕씩 올라간다. 31개가 돌아가면 2관왕, 41개가 돌아가면 3관왕 이런 식으로 페널티를 부여한다. 아무튼 위의 룰은 기본일 뿐 각 팀 마자 고유의 룰이 있다.




중요한 것은 8년 차 프로 경력을 하면서 5대 2보다는 6대 2를 더 많이 했었다.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났으니 패스 숫자도 21개가 아닌 26개로 늘어나고 독박도 25개에 룰을 적용한다. 그런데도 선수들은 5대 2라고 명칭 한다. 이유는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쉽기 때문인듯하다. 5대 2 돌리기는 18년 전에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아마도 가장 많은 페널티 관왕수를 채운 선수가 동료들에게 커피를 사거나, 간식을 사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훈련 프로그램 중 하나이고, 지도자들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아서 5대 2를 자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한 번 돌아가게 되면 재정적 타격이 크다. 가장 많이 하는 6대 2를 기준으로 나를 제외하고 7명의 선수에게 선물을 돌려야 한다. 예전에는 마트에서 음료수를 사다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현재는 스마트폰의 시대에 진입하면서 키프티콘으로 보낸다. 스타벅스를 가장 많이 주고받는 것 같은데,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4100원이니까 7명이면 28700원을 잃게 되는 것이다. 5대 2는 워밍업 후 가장 처음 하는 훈련인 경우가 열에 아홉인 것을 감안한다면 가장 많이 돌아간 선수는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다. 돈도 잃고 기분도 잃는다.


그런 의미로 5대 2는 선수들이 가장 집중해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5대 2에서는 파울이라는 룰이 없다. 수비수는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볼이 아니라 공격수의 몸을 밀쳐서 땅에 떨어지게 만들거나 이소룡의 재림을 착각할 정도의 날아 차기가 등장한다.




이 또한 같은 조의 성향에 따라 조여 지거나 풀어지기도 한다. 현재 나는 일명 독사라고 불리는 선수들과 같은 조에 속해있다. 만약에 집중력을 조금만 잃더라도 돌아가게 되다 보니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평소에 10분에서 15분 정도 5대 2를 하는데, 가끔 20분이 넘도록 할 때는 기진맥진한 상태가 된다. 다음 훈련은 생각하지 않고 5대 2에만 모든 것을 쏟기 때문이다.


5대 2는 조를 잘 만나야 한다. 지도자들과 함께 하게 된다면 자신의 실수가 아님에도 대신 들어오는 경우가 잦아진다. 반대로 후배들과 찬다면 반대로 눈치를 줄 수도 있다. 수비를 많이 할수록 돌아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최대한 수비 가담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마도 5대 2 때문에 훈련을 망치는 선수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일단 조를 잘 만나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긴장이 풀리는 순간 한 번에 훅 간 수 있다.


내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기 위해서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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