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
현재 나는 하루를 꾹꾹 눌러서 살아가고 있다. 꾹꾹 눌러 산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밝혀보겠다. 아침 단체 산책 30분 전에 기상 후 샤워를 하고 '확언문'을 읽는다. 훈련 30분 전에는 폼롤러를 해서 근육을 이완시킨다. 훈련 후에는 사우나에서 냉온욕(냉온냉온냉온냉 순으로 3분씩)을 통해 피로도를 낮춘다. 자기 전에 <폴라라스>에 데일리 리포트를 쓴다.(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총 리뷰) 팀 스케줄인 훈련, 식사, 미팅은 디폴트다. 여기까지는 꾹꾹 눌러서 살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다.
진짜는 지금부터다. 브런치에 매일 글쓰기를 쓰고 있고, (이 글도 매일 글쓰기이며 27개를 게시) 네이버 블로그에 훈련일지를 에세이 형식으로 게시(16개) 하고 있다. '아웃라이어' 탁월한 사람이 되기 위한 축구선수들의 독서모임을 리더 역할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아웃라이어 천안(나 포함 3명) 오프모임을 진행 중이다.(2회 진행) 아직 끝나지 않았다. 씽큐 온에서 씽큐x로 스케일 업된 '티키타카' 온오프 독서모임도 팀원으로 참여 중이다. 그리고 팀의 부주장에 선임된 이후 신경 쓸 일이 많아진 상태다. 하이라이트는 태어난 지 33일 된 아들의 아빠다.
이것들은 현재 내 삶의 전제 조건이자 디폴트다. 평소 좋아했던 네이버 웹툰(지움), 유튜브(운전 때 라디오로 들음)는 안 본 지 오래다. 매일 감사한 일을 쓰고 정체성을 되새기면서 현재에 고도의 집중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이 정도면 꾹꾹 눌러서 산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글에는 담지 못했지만 성장을 위해서 더 많은 것들을 루틴화 시키는 중이다. 일단 나는 축구선수라는 정체성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활동들은 후 순위다. 영양분 섭취, 충분한 수면시간, 유의미한 훈련을 최대치로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다음 글쓰기, 훈련일지, 커뮤니티 활동에 시간을 할애한다.
내가 이렇게 까지 열심히 사는 이유는 그동안 허송세월을 너무 많이 보냈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면의 나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하고 정립하는 과정을 겪다 보니 과거의 내가 목적지도 없이 바다에 표류된 채 노만 저어 가고 있었던 것을 깨닫게 된다. 가끔 운 좋게 섬에 도착할 때도 있었지만(노력이 만든 것이라 착각했다) 그곳은 이미 누군가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었다. 함께 살아가기에 자원이 부족했고 다시 섬을 떠나 노를 저었다. 그리고 다시 표류하게 된다.
분명한 것은 책을 읽기 전에도 열심히 살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열심의 의미를 훈련량으로만 생각했었다. 제대로 된 방법을 통해서 열심히 한 순간이 온전히 나의 흔적으로 남도록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과거의 나는 노력을 위한 노력만 했던 사람이었다. 혹여나 결과가 잘 못될까 봐 변명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했던 것이다.
남들에게
"이만큼 했는데 안된 거면 어쩔 수 없잖아"
를 말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돛단배에 혼자 타서 밤낮없이 노만 저었다. 그러다 방전돼서 며칠간 뻗고, 결과가 안 따라주니 마음이 동해서 힐링이라는 명분으로 술도 한잔하고, 유튜브와 웹툰을 보면서 세상을 외면했다. 그리고 다시 힘이 생기면 다시 노를 저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나는 이랬던 과거의 나를 너무 후회한다. 후회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후회를 통해 반성을 하게 되었다. 돛단배에서 혼자 노를 저었던 나는 이제는 성장을 위한 커뮤니티의 큰 배에 타서 함께 나아가고 있다. 티키타카, 아웃라이어는 유람선이다. 선장(리더), 항해사(부리더), 선원(그룹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성장이라는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
돛단배는 작은 파도에도 크게 흔들렸었지만, 지금은 유람선을 탔기에 작은 파도쯤이야 걱정 없이 뚫고 지나간다. 태풍에도 견디려면 더 큰 배를 타야 한다. 언젠가 그 배를 만들어서 선장이 되고 싶다. 배가 클수록 선원이 많이 필요하고 승객의 수요도 많이 요구된다. 고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
생각 없이 살았던 과거에는 열심히'만' 살았다. 지금은 '만'을 뺀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독서를 통해 의식적인 노력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함께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 덕분에 제대로 꾸준히 꾹꾹 눌면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