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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필맨 Mar 27. 2020

축구만 생각하면 안 돼.

비워야 채울 수 있다.

손흥민 선수는 <축구하며 생각한 것들> 자신의 저서에 어떻게 하면 축구를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그의 답은 이렇다.


축구만 하면 된다.


손흥민 선수의 답변에는 진리가 담겨있다. 하루 스케줄을 축구선수로서 퍼포먼스 증가에 목적을 두고 계획하고 실행한다면 그것보다 축구선수의 가치를 높이는데 좋은 것은 없다. 실제로 손흥민 선수는 수면, 식단, 마사지, 이동경로, 훈련을 계획할 때 퍼포먼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심지어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님은 손흥민 선수가 훈련 외에 에너지를 절약하고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해서 방청소를 직접 하신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손흥민 선수의 결혼 시기도 같은 맥락이다. 은퇴 후에 결혼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스트레스 노출을 줄이고 축구에 더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손흥민 선수는 손웅정 감독님의 보좌로 진정으로 축구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성과를 얻고 있다.


손흥민 선수와 손웅정 감독


하지만 모든 선수가 손웅정 아버지 같은 아버지를 둘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축구 외에도 에너지 소모가 되거나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손흥민 선수의 '축구를 잘하기 위한 비법'에 대해서 현명한 해석이 필요하다.


자신이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삶이란 전제 위에 '축구만 하면 된다'를 입혀야 한다. 그러나 잘못 해석해서 축구만 하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실천했다가는 제풀에 지쳐 쓰러지기 마련이다. 중학교 때 축구를 늦게 시작한 후배가 있었다. 나처럼 중학교 2학년 때 시작을 했다. 그 친구의 열정은 그 누구보다 뛰어났다. 오로지 축구만 생각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개인훈련도 많이 했다. 매일 밤 12시에 씨름장의 모래사장 위에서 훈련을 하고, 스킬 볼을 가지고 감각을 키웠다. 무서울 정도로 집념을 보였다. 아마도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먼저 시작한 선수들과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 액셀을 밟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후배는 1년이 지나자 축구화를 벗게 된다.


오로지 축구만 했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자 제풀에 꺾인 것이다. 이런 경우를 슬럼프라고도 말을 한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좌절하게 되고 자신감을 잃게 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축구선수가 아니더라도 학생, 뮤지션, 아티스트, 사업가 등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은 겪는 상황이다.


손흥민


그리고 손흥민 선수도 슬럼프의 위기를 딛고 일어섰기에 지금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다. 손흥민 선수가 슬럼프를 겪을 때 곁에는 손웅정 감독님이 계셨다.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손흥민 선수에게 격려와 자극을 적절하게 배합해서 약을 발라주셨을 것이다. 실제로 멘탈 코치의 존재가 선수의 퍼포먼스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독일 국가대표 축구팀과 멕시코 국가 대표 축구팀은 전문 멘탈 코치를 두고 있다. 그 외에도 많은 팀들이 멘탈 코치를 두면서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상위 1퍼센트 축구선수가 아니라면 멘탈 코치를 고용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선수는 없을 것이다. (멘탈 코치 상담 비용은 비싸다.) 그렇다면 축구를 하면서 얻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까.




축구를 벗어나라


축구를 벗어나라는 말은 취미를 두라는 의미다. 독서, 낚시, 맛집 탐방, 여행, 데이트 등이 될 수 있다. 취미 생활은 축구에서 오는 압박감을 덜어낼 수 있게 도운다. 슬럼프에 빠진 선수라면 자신이 가진 그릇 크기만큼 스트레스가 차있을 것이다. 취미 생활을 통해서 그릇을 비워야 한다. 그래야 다시 축구만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취미가 '축구로 채워진 그릇'을 비울 수 있는 이유는 자아를 찾게 돕기 때문이다. 내가 왜 살아가고,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책을 읽을 때, 글을 쓸 때, 음악을 들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등 위의 고민들을 되새길 수 있다. 축구만 생각하게 된다면 어느새 축구를 하는 목적을 잃을 수도 있다. 제풀에 꺾여서.


멘탈 코치가 없는 선수들에게는 스스로 스트레스 관리를 해야 한다.


축구만 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축구와 떨어져야 한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기계도 쉬어야 오래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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