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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필맨 Apr 03. 2020

프로는 디테일에서 차이 난다

질로 승부한다

친한 형(이하 형)과 함께 내 방에서 커피 한 잔을 했다. 원래는 카페에 가자고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현재 머물고 있는 남해군 상주면에는 갈만한 카페가 단 하나뿐이었고, 그마저 팀 동료들이 가득 메우고 있을 공산이 컸다. 우리는 대화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카페에 가자고 했기 때문에 내 방으로 장소를 옮겼다.


나는 개인적으로 커피를 좋아한다. 그러나 매일 커피를 사서 마시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커피를 포기하기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 '카누'였다. 방에 늘 카누를 구비해두고 매일 마시고 있다. 나는 '뜨아'(뜨거운 아메리카노)보다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호하기 때문에 아이스 케이스를 사서 얼음을 준비해뒀다. 즉, 방에서도 카페처럼 '아아'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된다는 말이다.


형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1시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축구, 가정, 육아, 책, 팀 이야기를 하면서 유의미한 소통을 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주제가 있다. 형은 그 주제를 이 문장을 던지면서 시작했다.


"너희 방이 가장 깨끗한 것 같다."


각자 자신의 공간을 사용하는 것은 기호에 맞게 하면 된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쉬는 공간이 어지럽혀져 있거나 더럽다면 쉬는 공간의 의미를 퇴색시킬 것이다. 우리가 호텔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방에 들어가면 말끔하게 정리와 청소가 되어있는 공간을 보게 될 때 머릿속도 자연스럽게 편안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형은 선수들이 이런 디테일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 외에도 수면할 때, 식사할 때, 훈련할 때에도 축구선수로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디테일한 작업을 등한시하는 거 같다면서 대화의 주제를 이어갔다. 훈련 전에 폼롤러를 한다든지, 보조제(마그네슘, 아미노산, 비타민)를 먹는다든지, 보강 훈련을 선수 각자가 채워야 한다. 왜냐하면 팀에서 선수를 관리해줄 수 있는 범위는 훈련장에 있을 때뿐이기 때문이다.




프로 레벨에 진입하게 되면 훈련량으로 승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경기를 뛰기 위해서는 팀 내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가장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서 훈련 때마다 보여줄 때 선발 가능성을 높일 수가 있다. 훈련량을 높이다가는 자칫 컨디션 저하로 경기에 뛸 기회도 잃을 수 있다. 만약 자신의 체질을 개선한다든지 벌크업을 하고 싶다면 비시즌에 시도하는 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 선수들은 비시즌에 놀기 바쁘다.) 그렇다면 퍼포먼스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바로 앞서 언급한 디테일에서 얻을 수 있다. 쉬는 공간을 깔끔하게 하거나, 침실을 잠자기 딱 좋은 분위기로 만들거나(향초, 암막커튼), 훈련일지 쓰거나, 이미지 트레이닝을 강력하게 하는 시간을 갖는 등 작은 습관을 더해간다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한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최고의 선수들은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다. 르브론 제임스가 1년에 16억을 컨디션 관리에 사용한다는 것은 유명하다. 자신이 움직이고 사용하는 모든 것들을 코트 위에서 퍼포먼스에 도움이 되도록 설계를 했다. 식단, 마사지, 회복 머신, 집, 차, 개인 비행기 등 디테일의 끝판왕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르브론 제임스처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전제 위에 디테일한 것들을 변화시켜서 최대치의 생산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 글은 커피로 운을 띄웠다. 나는 매일 아침 '아아'를 마시는 게 루틴이 되었다. 이는 오전 시간의 생산성을 높이고, (낮잠은 10분 이내로 잔다.) 수면 시간에 빠르게 잠에 들 수 있는 역할을 해준다. 디테일의 힘이 스포츠 선수에게만 통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 중소기업 대표, 웹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승무원 면접 코치 등 모든 직업에서도 레벨 업을 위한 요구 조건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실력은 이 작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만약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프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면 아마도 타이틀을 내려놓은 순간이 머지않을 거라 짐작해본다.


프로 타이틀을 지키고 싶다면 디테일에 승부를 걸어보길 바란다.






출처

메인사진

http://www.ogqbackgrounds.com/backgrounds/1489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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