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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필맨 Apr 11. 2020

캉테가 조르지뉴보다 못한다고?

축구는 팀 스포츠다. 11명의 선수가 각 포지션에 따른 역할을 부여받는다. 전략과 전술에 따라 포메이션을 정해서 공격, 미드필더, 수비의 숫자를 나눈다. 포메이션을 만들어서 역할을 배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축구장의 크기는 국제 규격 기준으로 길이 100~110M, 넓이 64~75M이다. 농구장보다 4배 크지만 뛰는 선수는 2배 정도다. 즉, 22명이 뛰기에는 공간이 넓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공격, 미드필드, 수비 포메이션을 나눠서 체력적인 안배를 도왔다.


과거에는 오프사이드(공격팀 선수가 상대편 진영에서 공보다 앞쪽에 있을 때, 자기와 골라인과의 중간에 상대팀 선수가 2명 이상 없으면 오프사이드의 위치에 있으며, 이때 후방의 자기편으로부터 패스를 받으면 반칙이 된다.)가 없었고 공수의 개념도 뚜렷하지 않았다. 점점 규칙이 추가되고 뛰어난 전략가와 전술가들이 나타나 승리를 독식하게 되면서 포메이션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포지션 고도화가 높아지게 된다.


고도화된 포지션 능력에 따라 선수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오늘 이 질문의 답을 해볼까 한다.


그 답은 바로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것이다.

강점 강화!!!


출처 네이버이미지


미드필더만 하더라도 공격형, 중앙, 사이드(좌, 우), 수비형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4-1-4-1 포메이션을 들여다보자. 수비형 미드필더를 놓고 공격형 미드필더 두 명을 세운다. 사이드 미드필더까지 총 5명의 미드필더가 위치한다. 4-1-4-1 포메이션은 사리 볼로 유명한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이 즐겨 쓰는 전술이다.


과거 첼시에서 감독직을 했을 때도 4-1-4-1을 주 포메이션으로 활용했다. 당시 첼시에는 월드클래스 수비형 미드필더인 은골로 캉테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리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전 소속팀 나폴리의 주축 선수였던 조르지뉴를 영입한다. 사리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드를 캉테가 아닌 조르지뉴에게 맡기고 캉테에게는 한 칸위의 중앙 미드필더에 위치시킨다.


사리 감독의 선택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감독의 성향과 팀의 전술에 따라 포지션마다 요구하는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이다. 캉테는 많은 활동량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데 일가견이 있다. 레스터 시티의 동화, 콘테의 첼시의 우승까지 15-16 시즌, 16-17 시즌 2년 연속 EPL 우승을 차지하면서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사리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수비력보다 볼 전개 능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조르지뉴를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낙점한다.


캉테와 조르지뉴 두 선수 모두 월드클래스 선수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각자가 가진 강점과 감독의 성향에 따라 포지션은 달라질 수 있다. 누가 더 잘한다는 개념이 될 수는 없다. 캉테가 조르지뉴가 될 수 없고 조르지뉴가 캉테가 될 수 없다. 두 선수의 장단점은 확연히 다르다. 캉테는 활동량과 수비 능력이 탁월하고 조르지뉴는 전개 능력과 경기 조율 능력이 뛰어나다.


여기서 캉테가 포지션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강점이 아닌 조르지뉴의 강점을 따라간다면 어떻게 될까.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캉테는 평범한 선수로 떨어지게 될 공산이 크다. 즉, 캉테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캉테는 포지션 변경 후에도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플레이를 했고,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공격 능력도 발휘하게 된다.




우리는 인간이다.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메시와 호날두도 공격이 아닌 수비 위치 세웠다면 평범한 인간계의 선수였을지도 모른다. 완벽한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 자신이 갖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하는데 무게를 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기에만 급급한 선수는 선수는 선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현대 축구는 포메이션을 통해서 선수의 역할을 세분화시켰다. 기본기를 제외하고 자신의 강점을 부각한다면 11명의 퍼즐 중 한자리를 차지할 확률이 높아진다.


나 같은 경우에는 최전방 공격수와 최후방 중앙 수비수 두 자리를 번갈아 가면서 보고 있다. 최근 연습(2020년 2월)경기에서는 3-4-3 포메이션에서 3백 오른쪽 센터백 위치에 섰다. 상대팀은 공교롭게도 군 복무 팀이자 친정팀이었던 충남 아산 FC였다. 먼저 나의 강점과 단점부터 밝혀보겠다. 단점은 스피드가 느리고, 빌드업 능력이 탁월하지 못하다. 반면 강점은 우월한 신체조건 (189cm, 84kg)을 바탕으로 헤더와 몸싸움 그리고 수비 판단이 있다. 연습경기에서 나의 강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근처 포지션 동료들에게 미리 부탁을 했다.


"만약 상대 공격수가 나가서 받게 되면 과감하게 프레싱할 테니까 뒷 공간을 커버하는데 의식하고 있어 줘."


단점인 스피드를 동료의 도움으로 커버하고 강점을 부각한 것이다. 빌드업 때도 어려운 선택보다 쉬운 선택을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보니 나의 강점이 부각되었다. 이 과정은 자신감을 상승시키고 경기에 몰입하는데 도움을 주면서 빌드업 때도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만약에 단점을 보완하는데 애써서 빌드업과 스피드 훈련에 시간을 할애했다면 어땠을까. 단점을 보완하는 훈련 과정은 경기 중 보완된 단점을 보여주기 위해 플레이를 했을 것이다.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나는 훈련을 마칠 때마다 헤더 연습을 한다. 나의 강점을 더더욱 부각하기 위해서다. 축구는 자신감이다. 하나를 잘하면 다른 것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모든 것을 잘하다가는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자신의 그릇에 강점을 쌓고 흘러 넘칠 때 단점을 보완하는데 시간을 쓰는 게 훨씬 더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월드클래스 선수인 캉테와 조르지뉴도 같은 포지션이지만 각자의 강점으로 현재 위치까지 올라왔다. 아마도 이 글은 슬럼프에 빠졌거나 길을 잃은 선수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이라는 책에서도 강점을 찾고 극대화시키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을 해준다. 위의 글은 결코 나의 짧은 견문으로 얻은 통찰이 아니라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검증된 사실을 나의 필력으로 담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러니 당신이 축구선수라몬 이 글을 믿고 강점에 한 번 집중해보길 바란다. 그 결과는 당신의 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출처

메인사진

- sporttal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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