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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Jan 25. 2017

미안해서


어제 오후부터 갑자기 왼쪽 옆구리 조금 아래쪽이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존재 인식”해달라는 몸의 사보타주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왼쪽 옆구리 아래쪽, 사실 바라보기에도 매우 어정쩡한 곳이더군요.
있으나 마나 한 곳, 샤워할 때도 바디로션 바를 때도 어쩌면 가장 무 심한 곳이 아니었을까, 
언제나 스쳐 지나가기만 하지 사랑을 가지고 진지하게 바라보거나 유심한 대화도 없고 배려도 없는 
한데 지방이었구나 생각이 들어옵니다.   
너 왜 아프니? 화났니? 내가 널 너무 홀대한다고 생각하니?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너는 모든 일 잘하는 큰 딸 같은 존재일지도 몰라, 이제까지 있는 듯 마는 듯 그렇게 너그러웠잖아. 그래도 그렇지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있겠니? 너도 물론 내 사랑하는 열손 가락 중의  하나 이지. 나, 너 사랑하거든. 그러니 화 풀어.
중얼거려보지만 그런 엷은? 서비스에는 속지 않겠다는 듯 앵돌아져 있습니다.

원래 그렇잖아요. 용한 사람 한번 화나면 오래가는 거....... 용한 사람 용심 나면 무섭거든요. 밤이 되자 다리까지 결리기 시작합니다. 
예배당 가는 길 오는 길, 깊은 밤 겨울 달빛 맑고 청아합니다. 
옆구리 살보다야 자주 보고 자주 속삭였지만 문득 달에게도 미안한 생각이 들더군요.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너 거기 있어주어 참 고맙구나. 하지는 못하고 그냥 그 달빛 보면서 내 맘 추스르고 그 달빛에 내 맘 비쳐 보고 그 부드러운 달빛에 그저 위로받기 급급했으니..... 거기다가 그 달 가져와서 내 맘대로 내 글에 사용한지는 얼마며.... 결국 난삽하고 탐욕스러운 마음으로 그저 한결같은 고아한 저 달 희롱만 했으니,......
어디 달뿐이겠습니까?
버려지는 음식들에게도 미안하고 많이 나누지 못한 것도 미안하고 내 기분 우위로 삼아 남에게 거친 말 해댄 것도 미안하고 여전히 어린 노동력과 자본주의의 실태와 자연의 환경오염을 명징하게 인식하면서도 날마다 진한 샴푸로 머리 감고 샤워젤에 로션....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며 유유 작작 사념에 빠진 것도 미안하고 알면서도 행하지 못한 일이 너무 많아 미안하고
무엇 보다스승님께서 주신 은혜가 가이없는데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에서 鳥頭로 오만방자한 

계산해 대는 이 뿌리 깊은 미련함도 미안하고 울 엄마 날 사랑한 것처럼 울 엄마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형제간에도 원하는 것 귀찮다며 거절한 것도 미안하고 온통 미안한것 투성입니다.  
 

 비겁할지 몰라도 내년에는 “호오好惡”를 적어도 글상에서만은 선명하게 나타내지 않으려고 애를 쓸 것이며 특히 오惡에 대해서 삼갈 것이며 그래서 흐리멍덩, 혹은 아류 혹은 회색분자, 위선자라는 또 다른 지칭을 
즐거이 감수할 것이며 가능하면 말을 진실하게 할 것이며 그 말이 진심이 되도록 내 안을 닦을 것이며 남을 보는 눈은 부드럽게 나를 보는 눈은 날카롭게 (아니 이젠 늙어서 나를 보는 눈도 부드러워야 에너지를 잃지 않을지도....?)  할 수만 있다면 아주 많이  할 것이며......

바라옵건대 
새해에는 정말 올해보다는 더 깊어지기를 앙망해봅니다.   
이제 다른 그릇으로 변화될 수  없는 시간에 다다랐음에
그저 지니고 있는 그릇이라도 조금 더 깨끗해 지기를

그래서 사용할만한 그릇이 되기를  
즈믄 해 앞에서 아픈 옆구리 의식하며 

미안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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