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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Jan 25. 2017

아고산대(亞高山帶)


덕유산 봉우리 설천봉을 곤돌라로 올라 향적봉에서 중봉으로 걸었다고 하지 않았소. 

그곳 능선 길을 아고산대亞高山帶로 부른다 하오. 아고산대는 바람과 비가 잦고 기온이 낮으면서 맑은 날이 적어 키 큰 나무가 자랄 수 없다는 지형을 일컫는다는 구려.  하여 원 추릴지 철쭉 일지.... 관목이나..

나무로는 침엽수림이 자라는 곳 산봉우리.... 평평한 곳.

키 큰 나무가 자라지 못하니 높은 봉우리도 평평하다오. 지리산 한라산 백두산 덕유산에 있는 아고산대의 亞자!

어중간한 짓거리를 하는듯한 단어 같기도 하구려. 

고산도 아닌 것을, 저산도 아닌 것을 나타내 주고 있으니. 

해찰하는 요량대로라면 내 거기 딱 머물고 싶은 단어이기도 하오. 

이쪽도 보고 저쪽도 이쪽에 속하기도 저쪽에 속하기도.. 그런 능선에 침엽수라고는 할 수 없는 사스레나무가 드문드문 자라나 있더라는 거요. 자작나무과라.... 목피의 흰빛이 산의 가인으로 손색이 없었소.  

저절로 수년 전  백두산 가는 길에 보았던 하얀 나무들 그 가지들 하늘로 향해 펼치고 무수히 서있던 자작나무들 생각도 나고 닥터 지바고의 설경과 흰 나무들  털모자에 엉키던 눈방울들도 떠올랐소.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실제가 아닌 허상 비슷한 기억 속의 것들이고 내가 덕유산 아고산대에서 만났던 사스레나무는 그 몸의 빛깔이 흰 눈 위에 펼쳐지는 그 흰빛이 눈과 견주어 더군다나 깊은 산속의 희디 흰 눈인데,

조금도 손색이 없는 아니 그래서 오히려 더 빛나는 은처럼 빛나는 아주 미묘한 흰빛이었소. 

하마 사스레나무도 자작나무가 니 "자작자작"소리를 내며 타겠지,

자작나무 껍질은 얇게 벗겨져서 예전에는 종이 대용으로 쓰였다 하오. 

껍질에다 그림도 그리고 당연히 글도 쓰지 않았겠소.

달개비꽃 짓이겨 푸른 잉크 만들어 글씨 쓰기. 자작나무 껍질에 편지 쓰기. 자작거리며 타는 나무가 내는 소리 듣기. 이런 시시한 일들이 버킷 리스트라니 그대 껄껄 웃을지라도 진심이라오.

정말 무료한 인생살이 내 앞에 펼쳐질 때 시간이 남아서 우두커니 방 안에 앉아 있을 때 

시시한 것이 아주 귀해 보이는 시간이 도래할 때 나 하겠소. 그것들,  

자작나무는 껍질이 썩지 않아 미라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고도 하는데 추운데 사는 식물이라 그다지 단호한가.... 무른 내 성정 추운 곳에 가서 거하면 자작나무처럼 혹시 그렇게 단호해질까..... 

천 년이 되도록 썩지를 않는다니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나무와 동급이기도 하오.

그러고 보면 정말 나무 살이는 인생살이와 급이 다른 것 같기도 하구려.. 

 아무리 겨울을 나기 위한 방편이라 할지라도 비움의 급은 나로서는 참으로 흉내 낼 수 없는 경지 기도하오.

덕유산 아고산대의 사스레나무는 숲 속의 귀족 숲 속의 여왕이라는 별명에 참으로 걸맞았소.

무리 지어 있지 않아도 아름다운 나무.

생김새를 떠나 그 빛.... 은처럼 빛나는 듯 금빛을 살짝 두른 듯, 흰빛이면서도 은처럼 은빛이면서도 금빛을 담은

그러면서도 눈처럼 새하얀..

그 미묘한 빛남이라니....

사스레 나무가 설경 위에 서 있는 자태는 그리움 바로 그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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