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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Jan 25. 2017

임某선생께

당신의 적확한 이름을 알고 이 글을 쓰고 싶지만 알 수가 없군요. 

바짝 마른 채 홀로 세상을 떠났을 당신을 

기억하고 싶은데 

조문하고 싶은데 

이름조차 알 수 없다니요.  

췌장암 시한부 8개월, 생계 때문에… 항암제 맞으며 택시 운전대 잡았다.

31일 오후 2시쯤 부산 사는 이모(여·72)씨가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사는 

큰아들의 반지하방을 찾았다. 

나이 마흔여섯에 결혼도 하지 못한 아들 임모 씨,  

당신의 이름을 모르지 않았겠지만 

당신의 기사에 그저 아무개를 지칭하는 그 누구여도 상관없다는

某를 사용한 것은 

제가 보기엔 언론의 

얇고 편벽한 시선의 횡포로 여겨지는군요.

물론 도처에 흔하디 흔한 죽음....

오히려 생명보다 더 흔한 것처럼 여겨지는 죽음 속에서 

그래도 당신의 죽음을 구별 발췌하여 기사를 써낸 기자는 

아마 보통 사람보다는 마음이 훨씬 더 따뜻한 사람일 겁니다.

그 따뜻한 마음으로 당신의 외로운 죽음이...

혹 당신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라는

배려로 당신을 익명으로 처리한 것... 

알고도 남습니다. 

그러나 

그 배려가, 

배려 속에, 

생명에 대한 경솔함과

삶에 대한 편향된 시선이 엿보이는 것 또한 어쩔 수 없군요.

당신의 삶이 어떻단 말이죠?

2010년 4월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받고 

모아둔 600만 원을 모두 날린 뒤 택시 운전대를 잡았죠.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려고 

주간 근무 대신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야간 근무만 했다고요. 

작년 5월,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생계 때문에 택시 운전을 계속하였다고요. 

그러나 지난 31일 월세 20만 원짜리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서 끝내 숨졌다고요. 

가족들을 제외하곤 빈소를 찾는 조문객이 없었다고요. 

가난하고 고독하고 외로운... 삶이라

그의 이름을 묻어 버라는 것이 

오히려 그에게 좋으리라고 여겼던가요?

어쩌면 여기까지... 가 전부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동료 택시기사의 말이

내겐 정수리에 벼락 치듯...... 다가오던걸요.

"남들 쉴 때도 기를 쓰고 악착같이 일하던 친구였다"구요. 

당신은 그렇게 번 월급 200만 원 남짓으로 

매달 5만 원씩 주택 부금을 넣었고, 

1000만 원짜리 생명보험에도 가입하였다고요. 

아프면서도 일을,

그것도 악착같이 계속한 것은 

단순히 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그것은 삶에 대한 의지잖아요. 

오만원 짜리 주택부금은 

단순한 주택부금이 아니잖아요. 

그것은 미래에 대한 그의 소망이고 

삶에 대한 순명의 태도 아닌가요? 

사실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 

당신,

치열하게 살다 간 사람이죠..

생명이 있는 한 

생명 가운데서 

생명을 존중하며

끝까지 생명을 지키며 살려했던 당신이잖아요.  

제비꽃은 한철을 살지만

봄에 꽃을 피우고 여름에도 한 번 더 꽃을 피운 다네요.

우리에게는 그저 아름다이 여겨지는 '꽃'이지만

그 꽃들은 꽃들에겐 

존재의 관이지요.  

아시다시피 제비꽃은 아주 자그마한 난쟁이 꽃이에요.. 

이른 봄, 

꽃이 귀한 철에는 벌과 나비가 찾아들어 수정이 되나

여름이 되어 온 세상이 아름답고 화려한 꽃들로 가득 차게 되면

벌과 나비들에게 

그 작은 것들이 보이겠어요. 

그래서 여름에 피어나는 금강제비꽃 아래 둥치에서는

처음부터 줄기 하나가 옹곳이 솟아오르는데

그 줄기 위의 꽃은 피어나질 않는 다네요.

이름도 슬픈

<<폐쇄화>

자가 수정을 하기 위하여

꽃잎을 스스로 열지 않는 다구요.. 

모든 꽃잎들이 피어나기 위하여

존재하는데 

피지 않기 위하여 태어나는 꽃들이 있다는 것, 

얼른 들여다보면 거기 슬픔의 빛깔만이 선명해 보이는 듯 하지만

한 겹 더 깊은 시선으로 들여다보면

화려하게 피어나서 

설왕설래하는 수많은 화려한 꽃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중한 생명에의 외경이 보이질 않나요.

설령 꽃으로 피어나지 못해도 

생명을 이어가겠다는, 

역사를 이어가고야 말겠다는, 

단호한 의지 말이지요.  

선생에 대한 짧은 기사를 보며

오만원 자리 주택부금.... 은 

꽃처럼......

어느 존재보다 더한 옹골찬 기개의 제비꽃........처럼 

여겨지더군요. 

슬픈 이야기긴 하죠. 

폐쇄화도...

임某선생도.... 

그러나 

슬픔에는.... 

이 세상 즐거움들 속에는 절대 없는 맑음이... 있어

비루해져만 가는 우리네 삶을 

투명하게 비쳐주는 힘이 있죠.  

돌아가신 본향

새로운 곳.... 에서는 

평강하시리라 믿어요.

謹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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