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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Feb 08. 2017

풍년화

소림蕭林



춘천에 있는 자그마한 식물원 제이드 가든....으로 차를 몰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화요일은 쉰다는 팻말,. 

온통 사람 그림자도 없다. 

다행히 문이 열려 있어서 슬며시 들어갔다.  

겨울 식물원.... 소림蕭林이다. 

비루먹은 망아지처럼... 슬프고 쓸쓸하다.. 

스산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일견 바닥의 정점인 그것들..... 을 보며 

싱싱한 봄을 연상해내는 즐거움은 아무 때나 누리는 호사가 아니다. 

낭비가.... 풍요로움의 소산일 수도 있듯이.....

어쩌면 낭비하는 삶이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시간들보다 차질 수 있듯이

산의 정상을 올라야만 산을 느끼는 게 아니듯이 

오히려 언저리 산행이 산을 사랑하는 데는 더 좋은 방법이듯이 

아무래도 겨울 식물원은 숲보다는 수풀 같다.

숲이 사람의 손길이 닿아 있는 거라면

수풀은 손길 이 닿지 않는, 

저절로..... 가 강하다.

그리고 

나는 그 수풀에 혼자였다.  

가을이 깊어가기 시작하면 사람은 숲을 잊어간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사람은.... 숲과 멀어진다.

언제 그들을 사랑했던가....

열매나 꽃만 좋아하는 무성한 이파리를 보며 기대거나 혹하는 가벼움 탓일까,

여윔에 대해 

빔에 대해 생각하기 가장 좋은 곳이 바로 겨울 숲인데. 

오히려 사람들은 한겨울 숲을 잊어버린다.  

홀로 걸었다. 

투명한 박제가 되어있는 산수국..... 도 괜찮다.

새순이 나올 때까지 질기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질김도 사실 얼마나 가여운가 기실.

금방 솟아나는 여린 풀들에게

자리를 내어줄 매가리 없는 억새 좀 보거라. 

귀엽고 천진해 보이는 맑은 노인네처럼 보이질 않니.(드물긴 하지만)  

가만, 저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그래서 더욱 찬연하다. 

흰 이불을 덮고 있는 저 누우런 잔디도 금세 파르르 해질 것이다.

그러니 괜찮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징한 소리......로

겨울 정원이 도란거리는 소리..... 를 들었다고 치자.

혼자라서... 들려오는 이야기라고, 

깨닫게 된 거라고..... 둘 다 같은 거라고, 

아무려면 어떤가. 

그러다가 다 시들어 잇는 나뭇가지에서 풍련화.... 

단단하고 여무지게 닫고 있던 꽃송이.... 가 살짝 입술을 열고 있는 게 보였다.

녹두 알갱이보다 더 작은 꽃송이....

그게 아주 살짝 벌어져 있었다.

세상에~~~~

올해 처음 본 노란색, 

처음 본 꽃송이....

사실 봄이 무르익으면 피어나는 수많은 꽃들 사이에서 

이름도 촌스러운.. 풍년화...

이르게 피면 풍년이 든다고 하는데, 

잘 보이지도 않는다....

딱 이름처럼 촌스러워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꽃이다.

근데 세상에 어제 제이드 가든에서 

다 시들어 자빠져 있는 한겨울의 정원에서 

그 바지런하고 아름다운 색을

내게 살짝 보여주더라. 

풍련화는 봄이 다가온다는 것을...

시간이 흘러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간들이 다가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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