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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Mar 09. 2017

안녕하세요? 봄님!




봄님.
시치미 그만 떼세요.
당신이 무슨 사냥매에 붙여 있는 이름표라고
그렇게 시침을 떠시는 거죠?

하긴 길 잃은 사냥매를 내 것으로 하기 위해 
시치미 슬쩍 바꿔치기하여
아닌 척 모르는 척하는 사람의 심리 ㅡ 
그 안에서 두근거리며 서근 거리며 담글거리는
사람의 마음과
당신
지금 여기 우리 곁에서  
모르는 척, 아닌 척, 안온 척, 아직 멀리 있는 척하며
작은 발길로 사근 거리는 것
아, 그럼요,
무엇보다 먼저 봄님 
당신의 선배인 
겨울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겠지요.
그를 서운치 않게 섭섭지 않게
자존심 상하지 않게 뒤돌아서서 가게 해야 하는 숙제가
요즘 당신에게 부여된 과제인지도 모르겠어요


겨울 그를 자못 섭섭하게 했다가는
당신을 향하여 두 팔 벌리고 반기던 복수초 위에
하얀 눈 이불이 덮일 수도 있고
눈과 친근한 복수초는 그래도 괜찮지요.
우리나라 유일한 재스민인 영춘화에게도
매정한 채찍이 떨어질지도
혹은 초록 사이에서 살며시 떠오르는 노란 별 ㅡ수선에게
겨울의 심술이 혹시 흩뿌려진다면 봄님 당신 가슴이 저리겠지요.

그래요,
가만 궁구 해보니 
당신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으면서도
시치미 떼는 마음
그 마음이 일종의 겸손이고 
예우라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지금 봄님이 
작은 발걸음으로
겨울을 배려하듯
우리 모두 서로를 배려한다면

그러니 봄님 
이 아침 당신이 더 싱그러울 수밖에요.
그 順함에 매혹당할 수밖에요.
얼마든지 당당할 수 있는데도
뒤꿈치 살짝 든 겸손한 발걸음이라니요.

차가움 바람 속에 스며들어 있는 순.
맑은 공기 속에 내재하는 순.
얼어있는 땅을 아주 조금 여는 그 부드러움의 순.
못생긴 소나무 가지 위에도 여전히  아주 조금 옅은 생기를 주는 순,

그러고 보니
순이, 순금이, 순옥이, 순희, 순영이, 순자, 순덕이, 순심이, 순남이, 순복이,.....
아아 
'順' 字, 그 부드러움을 좋아하는 우리의 부모님들이
아마도 틀림없이 
봄님
당신이  지닌 이 순함을 아셨을 거예요.
그 순함이 미치는 타인에 대한 좋은 파고를 이미 체득한 후의 이름 짓기이겠지요.
봄이, 봄 옥이, 봄영이, 봄희.....
이러기에는  당신에 미안한 듯하여 그저 당신의 이미지가 가득한 
순으로 
사랑하는 자녀들의 이름을 지으신 거지요.
  
무엇보다 당신
내 맘을  여네요.
마음 상한 일 
당신, 바라보니 공기처럼 가벼운 일일수 있고
설령 기도제목이 응답되지 않더래도
여전히 그분이 날 사랑한다는 것을
계절의 환희라는 새롭고 정겨운 그림으로 이해시켜 주니 아름답고

우리들 모두의 숙제인 
욕망도
나를 지배하는 우상의 자리에 모셔놓고 
그 아래서 쩔쩔매는 것이 아니라
욕망조차도 객관화시킬 수 있는 깊고 강한
내적인 에너지가
오,
봄님 당신을 느끼고 알고 사랑하는 내게
당신이 지닌 순함처럼 순하게 다가와 
날 감싸준다는 거지요.

조금 있으면
한강을 가로질러
건대병원으로 병문안을 가야겠습니다.

한강물은 틀림없이
당신 빛살 속에서 반짝이는 그 결을 따라
물빛 역시 금실 은실처럼 반짝일 것이고
물아래 깊은 곳에서도
아마 허리를 조금씩 움직거릴 겁니다. 

봄님 당신이
스며들지 않는 곳이 있으려고요.

물론
몸이 아픈 나의 벗에게도 깊게 깊게 스며들어
당신으로 인해
그녀가 이 봄 더욱 화사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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